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다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다
  • 노효정 기자
  • 승인 2020.09.29 12:26
  • 호수 1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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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외식을 자제하고 비대면 서비스가 권장되면서 배달음식은 자연스레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기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평소처럼 문 앞에 놓아달라는 문구를 적고 배달음식을 기다리던 중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후 식사를 마치고 여느 때와 같이 쓰레기 배출을 위해 배달 용기를 헹구고 있자니 일회용 용기, 젓가락, 비닐 등 기자가 하루 만에 만들어낸 일회용 쓰레기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 닿았다.

▲ 배달음식으로 인한 일회용 쓰레기
▲ 배달음식으로 인한 일회용 쓰레기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기자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회용 쓰레기를 줄여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허나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다짐은 좋았으나 구체적인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이내 언젠가 접했던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떠올랐고, 이를 따라 해보기로 했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란 환경을 위해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세계적 사회운동으로, 쓰레기가 급증하는 요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그 첫 시작은 가장 기본적인 일회용품의 대체품 구비다. 자취를 하며 제대로 된 다회용기가 없던 기자는 바로 근처 마트로 향했다. 물론 장바구니를 대신할 에코백도 잊지 않고 챙겼다. 마트에 도착해 다회용기를 둘러보는데 다회용기 속 종이로 된 상품 설명서와 상품을 감싸고 있는 비닐 포장지가 거슬렸다.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품을 구매하면서도 동시에 일회용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모순적 상황을 마주한 것이다. 쓰레기 줄이기 운동은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동참해야 할 일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다회용기와 함께 평소 휴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자는 손수건 하나를 더 챙겨 계산을 마쳤다.

▲ 장바구니를 이용한 다회용기 구비
▲ 장바구니를 이용한 다회용기 구비

장비를 샀으니 이젠 용기를 낼 차례. 마트를 나와 이번엔 자주 가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장 취식이 금지되는 요즘 상황에서 카페는 일회용 쓰레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기자는 다르다. 카페에 들어가 곧장 계산대로 직진하던 지난날들과 달리 오늘은 상품 진열대로 다가갔다. 바로 텀블러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마음에 드는 텀블러를 골라 든 후, 일회용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커피 마시기에 수월하게 성공했다. 이 기세를 몰아 케이크를 다회용기에 담아줄 것을 요청했다. 계산대 직원은 조금 당황한 듯 보였으나, 상황을 설명하고 케이크가 망가져도 괜찮다고 말하자 케이크를 다회용기에 담아줬다.

▲ 다회용기에 담은 케이크와 아메리카노가 담긴 텀블러
▲ 다회용기에 담은 케이크와 아메리카노가 담긴 텀블러

뿌듯함을 느끼기도 잠시, 가장 중요한 식사 문제가 걸렸다. 배달 용기가 안 된다면 직접 가야 하지만 외식도 자제되는 상황. 그렇다면 요리에 소질이 없는 기자에게 남겨진 답은 포장뿐이었다. 메뉴를 결정한 후 평소였다면 고민 없이 배달시켰을 치킨집에 찾아갔다. 한층 난이도가 높아진 상황에 치킨집 앞에서 다회용기를 든 채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곧 카페에서의 경험을 살려 치킨집 문을 당차게 열었고 주문과 동시에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렸다. 덕분에 기자가 챙겨간 다회용기는 어렵지 않게 가게 주방에 입성할 수 있었다.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주문한 치킨이 나왔다. 이때 함께 나온 “일회용 젓가락은 필요 없으시죠”라는 사장님의 물음에는 당당히 그렇다고 답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 다회용기 속 치킨과 일회용기에 생산된 구성품들
▲ 다회용기 속 치킨과 일회용기에 생산된 구성품들

집에 도착해 다회용기에 담겨진 음식들을 먹었다. 일회용품 없이도 평소 좋아하던 맛은 온전했다. 조금은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어딘가 유행의 선구자가 된 듯한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치킨 무, 소스, 콜라와 같이 이미 일회용기에 담겨져 생산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고개를 돌려 자취방을 둘러보니 평소 사용하는 생필품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결국 쓰레기라는 사실에 조금은 허탈하기도 했다. 지구의 입장에서 인간은 걸어 다니는 쓰레기와도 다름없는 존재일 것이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작은 불편함이 모여 환경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전할 의향이 있다. 나 하나로 세상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나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노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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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o3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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