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이름 고집? “독도는 한국땅” 알리기 위해
일본식 이름 고집? “독도는 한국땅” 알리기 위해
  • 임재욱 기자
  • 승인 2020.09.29 15:51
  • 호수 1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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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호사카 유지(64) 교수

Prologue
여기 일본식 이름을 갖고 일본의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는 사람이 있다. 그는 TV에 나와 한국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 주장하기까지 한다. 주인공은 바로 세종대학교 독도 연구소 소장이자 교수인 호사카 유지(64) 씨. 그는 어떻게 한국의 역사를 조사하고 독도에 대해 연구하며 살아가게 됐을까. 그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호사카 유지라고 한다. 현재 세종대 교수이자 독도종합연구소장이다. 한일 문제에 대한 여러 현안을 연구하고 있다. 

 

▶ 도쿄대에서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는데 한국에서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금속공학과는 잘못 진학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수학을 잘한다는 이유로 이공계를 권유했지만 원래 인문학과 역사 공부를 좋아했다. 꾸준히 한일 관계에 대한 역사적인 관심을 놓지 않은 채, 한국에 왔고 역사학과 편입도 생각했다. 하지만 역사학과는 과거에 관한 연구만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 미래를 다 볼 수 있는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 한국정착 후 가장 큰 매력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가.
요즘 젊은 일본인들은 한국의 K-POP 스타를 보고 동경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도 비슷한 심정이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1988년 처음 한국에 왔을 당시 사람이 꽉 찬 버스를 탔을 때다. 그때 자리에 앉아있던 한 여학생이 힘겹게 서 있는 내 가방을 스스럼없이 들어줬고, 굉장히 놀랐다.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일로 한국은 올바르고 정이 많은 사회라고 생각하게 됐다.

 

▶ 귀화를 결심한 순간과 그 계기가 궁금하다.
일제 강점기 자료가 한국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연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비자 문제가 까다로워 귀화를 생각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 냈을 때 감동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16강에서 떨어진 후 서로 응원하는 모습도 감명 깊었다. 그 당시의 한일관계가 매우 좋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지리라 생각해서 귀화를 결심했다. 2003년 8월에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 일본식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처음에는 호유지라는 이름으로 바꾸려고 했으나 이름을 바꾸면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당장 법적인 문제도 있기에 잠시 일본 이름을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독도 연구를 시작한 후 독도가 한국 영토라 일본식 이름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은퇴할 때까지는 일본 이름을 갖고 살기로 했다. 

 

▶ 독도 연구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995년부터 한국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한국 학생이 ‘독도가 어느 나라 영토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당시엔 독도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더 공부해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1998년 세종대 교원이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독도 연구를 시작했다. 

 

▶ 일본 우익 세력으로 인해 힘든 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 내 욕이 너무 많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사람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때 힘들었다. 하지만 2016년에 위안부, 독도 관련 서적을 일본어로 발간한 후부터 욕이 많이 사라졌다. 요즘은 친일 매국 행위를 하는 자들 (친신일파) 한국인이 메일로 위협적인 말을 하며 협박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외부 공개 강연 시에는 경호원이랑 같이 다닌다.

 

▶ 독도를 7번이나 방문했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가는 길은 고생이지만 도착하면 굉장히 감격스럽다. 4박 5일 방문 후 애착이 더 커졌다. 자연스레 울릉도도 자주 방문했고, 독도 연구의 명예를 인정받아서 울릉도 명예 군민이 됐다. 궁극적으로 독도 주민증을 받는 게 목표다.

 

▶ 독도와 본인의 각별한 관계를 한 마디로 비유해 본다면.
연인 관계이다. 자주 가진 못하지만, 항상 마음속에 있고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 요즘은 어떤 연구에 몰두 중인가.
일본의 센카쿠 열도와 독도를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독도를 향한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할 수 있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뿐만 아니라 반일 종족주의 주장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 일본군 위안부나 독도처럼 예민한 주제에 관여한 바가 크다. 어려운 주제 앞에서 주장을 쉽게 풀어가는 본인만의 방법은 무엇인가.
그들 이상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 반박할 수 있다. 또한 그 내용을 여러 곳에서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사회적, 국가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이면 더욱 추천한다. 하다 보면 인생에서 보람을 느끼고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뭐 때문에 사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Epilogue
기자가 만나본 그는 주변 시선에 굴하지 않고 한국과 독도에 넘치는 사랑을 쏟는 올곧은 사람이었다. 교수부터 한일연구, 독도 연구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나씩 해내는 그의 추진력은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의 권유에 휩쓸려 대학에 진학했지만, 관심 분야를 찾고 그것을 연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여러 길을 거쳐온 그처럼 우리도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움직이자. 조금씩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스스로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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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w031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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