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가치 소비
MZ세대의 가치 소비
  • 임재욱 기자·박애린 수습기자
  • 승인 2020.11.10 16:26
  • 호수 1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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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소비를 하고 있나요?
일러스트 반세영 수습 기자
일러스트 반세영 수습 기자

Prologue
‘돈쭐내주겠다’라는 표현은 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는 뜻으로 MZ세대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사회적 공헌을 한 기업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혼쭐’이 아닌 ‘돈쭐’로 칭찬해주겠다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제품의 기능이나 음식의 맛이 아닌, ‘좋은 일’이라는 가치가 그들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렇다면, 가치 소비란 무엇일까?

 

MZ세대와 가치 소비 
MZ세대란 밀레니엄 세대와 그다음 세대인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휴대전화로 모바일(Mobile)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Netizen)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가장 민감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특히 SNS를 기반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이 세대가 주목하는 것이 바로 가치 소비다. 가치 소비란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분야는 과감히 소비하고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을 말한다. MZ세대는 다양한 정보를 비교 판단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충족할 만한 선택을 한다. 이에 우리 대학 김민선(심리치료) 교수는 “MZ세대에게 소비는 자신의 취향과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같은 물건이더라도 자신의 가치에 적합하거나 환경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나를 소비로 표현하는 현대사회 
현대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사회는 소비사회”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현대사회는 시뮬라시옹으로 인해 시뮬라크르들이 실재를 지배하고 대체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는 무엇일까. 시뮬라시옹이란, 실재가 파생실재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하며 파생실재를 시뮬라크르라고 한다. 

인기 캐릭터 미키마우스로 시뮬라크르를 이해할 수 있다. 미키마우스는 ‘쥐'라는 실재를 바탕으로 탄생한 파생실재, 시뮬라크르다.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미키마우스는 더 이상 쥐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미키마우스라는 독립적인 기호로 인식된다.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인들은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미키마우스와 같은 시뮬라크르를 소비하고 있으며, 소비를 통해 개인을 표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시뮬라시옹 이론에 따르면, MZ세대들은 가치 소비를 통해 사물에 담긴 가치가 자신에게 전이되기를 바란다고 이해할 수 있다. 스타벅스 음료를 마시는 것은 스타벅스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며, 친환경 물티슈를 구매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자신의 관심이나 신념을 표출하는 것과 같다. 
이뿐만 아니라 MZ세대는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의 예로 가수 이효리 씨가 SNS에 청각 장애인 제작 구두를 판매하는 기업 ‘아지오'를 홍보한 뒤 많은 사람의 수요에 의해 ‘아지오' 구두가 품절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그들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선한 영향력, 윤리적인 소비 
윤리적인 소비는 가치 소비의 한 종류로 윤리적 가치판단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윤리적인 소비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았다.

윤리적 소비 중 하나인 ‘아름다운 커피’는 공정무역으로 커피를 한국에 들여오는 기업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기본으로 커피의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생산자와의 장기간 거래 등 윤리적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죽전캠퍼스 내 아름다운 커피를 자주 이용한다는 황한빛(국어국문·2) 씨는 “공정무역 원두 사용과 합리적인 가격이 마음에 들어 애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농가 살리기’도 윤리적 소비의 일종이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예능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서는 각 지역을 다니며 특산품들을 메뉴화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판매하는 활동을 한다. 이는 특산품 홍보뿐만 아니라 지역 관광 홍보 효과까지 발생해 윤리적인 소비를 이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가치 소비, Flex도 있다 
Flex의 사전적인 의미는 ‘구부리다'이지만, 힙합 래퍼들이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귀중품을 통해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돼 과시 소비를 대체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을 시작으로 퍼진 용어지만 MZ세대를 겨냥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미디어나 광고에서 이를 자주 등장시키면서 용어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됐다. ‘잡코리아’는 올해 MZ세대 구직자 2천637명을 대상으로 ‘첫 월급을 받으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나를 위한 Flex'가 38.1%로 2위를 차지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설문조사를 통해 재학생들의 Flex 경험을 물어본 결과 ‘아르바이트, 저축, 대회 상금 등으로 마련한 돈을 통해 2~40만 원대의 물품을 구매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또한 고가의 제품인 만큼 가격의 합리성, 구매 후 만족도 등 심사숙고하는 경향을 보였다. Flex에 대해 박유정(무역·2) 씨는 “한 번뿐인 인생, 책임한도 내에서 원하는 것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표했다.

하지만 모든 건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최근에는 빚을 내 명품을 사거나 외제 차를 구매하는 ‘카푸어'도 등장했다. 이는 개인의 소비 성향에 따른 선택이지만, 자칫 신용을 무너트릴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선문대 이성수(상담산업심리) 교수는 “자신을 보호하고 긍정적인 자기 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촉발되는 행위라며 “같은 집단에 속하고 싶어 따라 하려는 모방 욕구로 인한 동조심리”로 행하는 과도한 Flex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Epilogue
이제 가치 소비는 더 이상 우리 시대의 하위문화가 아니다. 상품이 아닌 신념을 사는 소비자, 신념을 파는 생산자, 신념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만든 가치 소비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문화이자 주체가 됐다. 선한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는 가치 소비를 한번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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