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날씨만큼 쌀쌀한 옆구리, 외로움을 담다
⑧ 날씨만큼 쌀쌀한 옆구리, 외로움을 담다
  • 음악칼럼니스트 천미르
  • 승인 2020.11.10 12:02
  • 호수 1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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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새 다가온 11월. 새해 목표로 올해에는 꼭 애인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왜인지 나는 아직도 솔로다. 남들은 이 시국에도 잘들 만나고 데이트도 하던데 왜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집인 거지? 옆구리도 시린데 바람은 왜 이렇게 차게 불고, 우울한 기분이 들게 나뭇잎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데이트 사진들이 올라오는 SNS는 이제 쳐다도 보기 싫어졌다. 게임 하자 연락하면 금방 답 오던 친구도 애인이 생겼다고 이제는 아예 톡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씁쓸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요즘, 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음악밖에 없다.

 

Let It Go - James Bay
서정적인 기타 사운드로 시작되고, 무엇인가 미련이 담겨있는 듯 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후회의 감정이 인상적인 첫 번째 추천곡 'Let It Go'이다. 쌀쌀한 밤, 일정을 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여자 친구가 떠오르게 만든다. 항상 이 시간대에 집까지 바래다줬는데, 지금을 혼자 쓸쓸히 방으로 돌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해진 한 남성의 모습이 상상된다. 오롯이 기타와 보컬만으로 이끌어가는 1절이 정말 인상적이다. 하이라이트로 넘어가기 전, 가성으로 부르는 브릿지 파트는 외로움, 후회, 미련과 같은 감정들을 짙게 전달해준다. 낙엽들이 무성한 조용한 밤거리에 외롭게 길을 비추고 있는 가로등을 배경으로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Time Alone With You - Jacob Collie (ft. Daniel Caesar)
가을만 되면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친구 한 명쯤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 친구가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 생기면 이런 거 저런 거 할 거라며 망상에 빠져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이없이 웃기만 하는 우리를 표현해주는 노래가 이 곡이 아닐까 생각된다.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로 유명한 제이콥 콜리어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는 곡이다. 혼자만의 망상을 떠드는 친구와 그것을 바라보며 코웃음 치는 친구의 대화를 담은 뮤지컬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들을 때마다 새로운 요소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두 번째 추천곡이다.

 

Dancing With A Stranger - Sam Smith & Normani
앞의 노래에서처럼 외로워서 망상에 빠지는 친구도 있지만, 외로움에 못 이겨 누구라도 만나보려고 실행에 옮기는 행동파 친구도 있기 마련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며 외로움을 털어내려고 노력하는 누군가가 떠오르는 세 번째 추천곡이다. 말이 필요 없는 보컬리스트 샘 스미스와 피프스 하모니를 통해 데뷔 후 왕성한 솔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노르마니의 보컬이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 이 시국에 클럽으로, 술집으로 가서 외로움을 떨쳐내는 것이 힘드니 이 노래를 들으며 외로움을 달래 보는 것은 어떨까?

 

Baby - Madison Beer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데 왜 이렇게 연애 복이 없는지 친구에게 신세 한탄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네 번째 추천곡이다. 최근 K/DA 노래들에 참여하면서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매디슨 비어의 곡으로, 고혹적인 목소리와 타이트한 비트가 인상적이다. 마치 하프의 선율처럼 들리는 멜로디로 고풍스러운 느낌과 전자음 베이스와 빠른 비트를 통한 현대적인 느낌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묘한 매력이 있다. 또는 남들은 다 남자 친구랑 겨울이 되면 뭐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도 하루빨리 연애를 시작해 솔로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급한 마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Meet Me in Amsterdam - RINI
도대체 언제 모태솔로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앞이 캄캄한 숙맥인 청년이 떠오르게 만드는 곡이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누군가와 함께 보내겠다는 새해 다짐은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
가늘게 떨리는 리니의 보컬과 절제된 멜로디 악기들의 연주가 그 간절함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아웃트로 부분이 여운을 남기고, 곡 전체에서 기타와 같은 멜로디 악기는 부분마다 효과를 위해서 사용되는 대신, 베이스가 멜로딕하게 연주되면서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미치도록 외로운 독자가 있다면, 미래의 애인에게 언젠가는 꼭 만나서 잘해주겠다고, 행복한 연애 하자고 애절하게 전달하는 공허한 외침이기도 한 이 곡으로나마 조금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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