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노력을 감추려는 세상
그들의 노력을 감추려는 세상
  • 신해인 기자
  • 승인 2020.11.10 16:22
  • 호수 1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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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 지식 그리고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책이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활자로 고정돼있는 한 권의 책 속에서 우리는 사랑, 절망, 감사, 존경, 분노, 행복을 배운다. 책의 한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이뤄지는 저자와의 고요한 소통은 독자로 하여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기자는 본지 12면의 취재를 위해 파주에 위치한 동네 책방에 다녀왔다. 동네 책방은 주인의 큐레이팅과 동네 사람들의 커뮤니티 장소가 됨을 목표로 하며, 책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충전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책이 비싸다는 이유로 할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 이곳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도서정가제는 한국 출판문화를 육성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이다. 즉 소비자의 후생을 위협하는 제도가 아니며 반시장적이지 않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하면 독서량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외친다. 공급률로 인해 책의 다양성이 떨어져 독자들이 다시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될 우려가 있음을 모르는 듯 말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우리의 삶은 빨간불이 켜졌고 기자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오는 날을 가만히 앉아 손꼽아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다가올 삶을 대비하기 위해 책방과 문화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는 문화사업의 미래를 지키고 한 걸음 나아가려 하는 그들의 노력을 자본으로 누르고 있다. 문화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아닌 물량만을 늘리기 위해 힘쓰는 사회, 문화가 상품의 영역으로 휩싸여 침체되는 이 사회는 과연 옳을까. 개인사업뿐 아니라 공적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이곳을 지켜야 한다.


독서량은 줄고, 갈수록 책보다 디지털이 주목받는 세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 변화를 받아드려야 한다. 물론 책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책과 책방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책을 통해 성장하려는 독자들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처럼 책을 통해 성찰하고 위로받게 될 것이며,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듬어 자신을 한층 더 성장시킬 것이다. 그래서 책과 책방, 독자는 계속해서 함께 미래를 나아가는 공동체가 될 것이다. 책은 문화이며 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도 기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고민을 해결하는 지표가 되거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하여 기자는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더 큰 책임감으로 노력해야 한다. 문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현장의 그들을 잊지 않은 채 오늘도 기자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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