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밀라, 20세기를 대표하는 진보적 현대 건축물
카사 밀라, 20세기를 대표하는 진보적 현대 건축물
  • 최호순 교수
  • 승인 2020.11.10 16:11
  • 호수 14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스페인 ‘카사 밀라(Casa Mila)’ 건축물

스페인의 대표 도시 바르셀로나 출신의 안토니 가우니(Antoni Gaudi, 1852∼1926)는 건축 관련 종사자들 이외에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이다.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 작품은 건축 분야뿐만 아니라 예술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많이 줬다.

안토니 가우디는 스페인 국가 안에서도 오로지 바르셀로나 도시에서만 건축가로서 작품 활동을 했고, 현재 그의 총 7개 건축 작업이 1984년과 2005년 두 해에 걸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당시에도 건축가로서 유명했던 가우디가 유독 바르셀로나 도시 안에서만 건축 작업을 했던 이유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스페인의 독특한 지역 특성 때문이다.

스페인은 총 4개의 공식 언어를 사용하는 지역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바르셀로나 도시가 속해 있는 지역은 ‘카탈란(Catalan)’ 언어를 사용하는 ‘카탈루냐(Catalonia)’ 지역으로 발전된 무역과 관광의 중심지로서 스페인 국가 전체의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지역민들은 그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처럼 문화와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카탈루냐 지역의 수도역할을 했던 바르셀로나의 도시 위상은 매우 높았으며, 돈 많고 문화와 예술에 조예가 깊은 바르셀로나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그가 하고자 했던 건축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가우디의 7개 건축 작업 중에서도 백미라 불리는 ‘카사 밀라(Casa Mila)’ 건축물은 스페인어로 ‘밀라의 집’을 의미하며, 건축주 페르 밀라(Pere Mila)가 의뢰해서 가우디가 완성한 건축물이다. 카사 밀라는 가우디의 위대한 작품이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카사 밀라 건축물의 외관은 물결무늬의 상앗빛 돌들이 전체 건물을 감싸고 있고, 외벽에는 창을 내기 위해서 여러 구멍이 뚫려 있다.

카사 밀라 건축물 외관에 보이는 물결무늬의 형태, 넝쿨나무 줄기 모양의 철제 건물 난간, 나뭇잎 모양의 가구 등 카사 밀라 건축물 내·외부 전체는 자연의 형상을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며 이처럼 여러 다양한 자연의 모습들이 모여서 건축물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요소가 서로 각자 다른 모습을 하듯 카사 밀라 건축물의 모든 요소는 서로가 모두 다르고, 이러한 건축물 내부를 거닐다 보면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공간이 대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제공한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건축공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도시공간을 배경으로 3차원적인 예술작품의 가치를 가지는 ‘카사 밀라(Casa Mila)’
▲ 도시공간을 배경으로 3차원적인 예술작품의 가치를 가지는 ‘카사 밀라(Casa Mila)’

카사 밀라는 아름다운 외관이 가지는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20세기를 대표하는 기술 진보적인 현대건축물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건축물이다. 우선 건물이 잘 서 있을 수 있는 뼈대, 즉 건물의 구조 측면에서 카사 밀라 건축물은 매우 진보된 기술력이 적용됐다. 카사 밀라의 건축물 외관을 보면, 석재로 사용된 외관으로 인하여 육중한 돌들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 외관에 보이는 석재들은 사람에 비유하면 겉옷에 해당하며, 카사 밀라 건물을 실제로 지탱하고 있는 중요한 구조는 금속 재질인 철골구조가 사용됐다. 또한, 카사 밀라 지하에는 유럽 최초로 지하 주차장이 있는 건물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동차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볼 수 없지만, 20세기 초에는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었다. 이처럼 자동차라는 새로운 발명품에 대해 당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고 건물지하에 주차공간을 제시했다. 그는 건축가로서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과학의 발전 그리고 미래세계에 대한 대안을 건축물에 적용한 뛰어난 인물이었다. 현재 카사 밀라의 지하 주차공간은 작은 전시공간이나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카사 밀라가 지어질 당시 건물의 공사비는 공사가 진행될수록 엄청나게 늘어나서 결국 건축주인 밀라는 가우디를 상대로 설계비용을 줄 수 없다는 소송까지 벌이게 된다. 하지만 소송의 끝은 가우디의 승소로 결론이 나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가우디는 받은 설계비 모두를 교회에 헌금한다. 이후 건축가와 적이 돼버린 밀라 가족은 가우디가 사망하자 그가 자연을 형상화해 장식한 건물의 내부공간을 모두 평범하게 교체해 버리게 된다.

오늘날 카사 밀라를 방문할 때 끝없는 경탄을 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내부공간을 건축주인 밀라가 지극히 평범하게 바꾸어 버렸다고 하니, 밀라가 얼마나 가우디를 싫어했는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최호순 교수
최호순 교수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