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삽니다, ‘인테리어’ 또 다른 개성
공간을 삽니다, ‘인테리어’ 또 다른 개성
  • 고혜주 기자·정세빈 수습기자
  • 승인 2020.11.10 16:09
  • 호수 1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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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배하는 나만의 우주(space)
일러스트 심예지 기자
일러스트 심예지 기자

 

Prologue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해진 현대인에게 집은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건설정책연구원의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 전망」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19조4천억 원 수준이었지만 셀프 인테리어의 유행에 힘입어 올해는 41조5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의 영역에서 벗어나 일반인도 적은 예산으로 간단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된 인테리어. 그 인기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아봤다.

 

인테리어, 너 어디서 왔니? 
인테리어 즉, 실내 디자인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단순한 진흙집을 가죽, 직물, 조각들로 장식하며 시작됐다.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는 기능주의가 근대 실내건축의 혁신적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실제로 1900년대에 유럽에서 유행한 기능주의운동은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 양식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자체가 유행하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미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지난 4월 신세계백화점은 전체 매출이 13% 감소한 것에 비해 홈퍼니싱 매출은 전년 대비 약 6.7% 상승했다고 밝혀 그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대인이 인테리어를 미적 감각 충족에 그치지 않고 기능적 욕구의 해소 수단으로 확대한 결과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인테리어의 기능화를 통해 카페와 술집을 집으로 고스란히 옮겨 만든 홈 카페와 홈 바가 있다.

 

‘분위기’ 그 미묘함을 만드는 비결 
공간, 선, 형태, 빛, 색, 질감, 패턴은 인테리어의 7요소다. 지난 4월 온라인 설문조사 기관 ‘두잇서베이’가 실시한 ‘여러분 취향의 인테리어는 무엇인가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인테리어 종류에는 모던과 바우하우스 스타일이 있는데, 이 두 가지는 7요소를 기준으로 대비된다. 모던은 금속, 유리, 플라스터 등 하이테크 소재를 주로 사용하며 유선형 디자인도 과감하게 사용한다. 반면 바우하우스는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직선적인 형태에 원색의 포인트를 활용한 디자인이 많다.
이외에도 공간의 인상을 결정짓는 60-30-10 규칙과 황금비가 있다. 60-30-10 규칙은 전통적인 장식 규칙으로 공간의 색상 배합에 활용된다. 방의 60%는 지배적인 색, 30%는 2차 색 또는 질감, 남은 10%는 공간의 강조에 이용한다. 황금비는 공간의 조화와 짜임새를 형성한다.

 

소품과 공간의 조화로 보는 인테리어 경향  
① 상업 공간: 레트로와 공간 재활용
최근 상업 공간에서는 레트로풍의 소품과 공간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축음기와 다이얼 전화기 같은 고전적인 소품을 배치한 카페부터 고풍스러운 자개장을 활용한 이색 미용실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레트로가 유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병원, 은행, 이발소와 같은 옛날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가게들이 등장해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이전 세대에게는 그리움을 불러일으켜 인기다.

② 내 집: 셀프 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자신의 집을 소개하는 온라인 집들이라는 문화도 생겼다. 현재 원스톱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의 집들이 게시판에는 약 4천여 건에 달하는 온라인 집들이가 공유되고 있다. 이런 유행에 발맞춰 세입자가 마음 편히 간단한 소품이나 보수 용품으로 집을 훼손하지 않고 꾸밀 수 있는 착시 인테리어도 등장했다. 셀프 인테리어의 규모는 조명을 바꾸는 것과 같이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 그 범주가 다양하다.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우리의 심리 
비대면 수업으로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는 주세연(사학·1) 씨는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했다. “오랜 시간 머무는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었다”던 그는 “내가 찾아 직접 꾸민 것이기 때문에 방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바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집에 오면 그런 감정이 사라진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실제로 노루페인트는 인테리어용 페인트 매출이 작년 9월 대비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은 이를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익숙한 집안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려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인테리어 열풍에 대해 상명대 하숙녕(스페이스디자인) 교수는 “공간은 자신을 보호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며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공간을 통해 치유와 행복을 찾으려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 교수는 “앞으로는 인테리어를 통해 공간과 소통하며 새로운 공간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물리적 환경을 창출해 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인테리어가 갖는 의미를 밝혔다.

 

인테리어, 만만하지 않다 
보통 인테리어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다. 비교적 적은 돈이 드는 셀프 인테리어도 품질 불량으로 재구매하거나 소품을 필요 이상 구매하면 금전적 부담이 생긴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는 윤혜신(22) 씨는 “하나하나보다는 방 전체를 보고 소품의 강약을 조절해 구매해야 금전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셀프 인테리어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직접 시도해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작업해 수도 배관에 못을 박아 누수가 일어나기도 하고, 차단기를 내리지 않고 전기 작업을 하면 감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공간 구현 시 너무 많은 요소를 담으면 통일감이 없고 복잡한 느낌을 준다. ‘오늘의 집’의 인기 게시판인 오늘의 스토리에도 선정된 경험이 있다는 강지현(41) 씨는 “어떤 부분은 그대로 비워두는 과감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강 씨는 셀프 인테리어의 효과에 대해 “집안 곳곳의 장식을 수시로 바꾸며 내가 이 집의 주인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pilogue
이처럼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하 교수는 “실내공간의 주인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테리어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사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완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즉, 사용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 그 공간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주변의 환경을 바꿔 내 공간이 주는 새로움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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