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전반전을 살자”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전반전을 살자”
  • 정찬우 기자
  • 승인 2020.11.10 16:29
  • 호수 1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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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강원국(59) 교수

Prologue
기자에게 글쓰기란 매번 재미와 두려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애증의 존재이다. 그래서일까. ‘글쓰기에 자신이 없던 한 사람이 대통령의 글을 쓰기까지’라는 문장은 얼핏 들었을 때 소설에나 나올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지금부터 만나볼 주인공의 실화이다. 글쓰기 능력 부족으로 기자를 포기했던 그가 대우그룹 비서로 시작해 대통령 연설 행정관과 비서관을 연이어 역임하고, 이제는 어엿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글쓰기를 가르치는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8월의 무덥던 어느 날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이 영화 같은 인생의 주인공 강원국(59) 교수를 만나, 그의 인생 시나리오를 들어 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대중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고, 현재는 전북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대통령의 글쓰기』,『나는 말하듯이 쓴다』등 글쓰기 책 4권을 집필하기도 한 강원국이다.
 

▶ 대통령의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기자를 지망했었다. 실제로 지원도 해봤지만, 글쓰기 능력이 없어 떨어졌다. 이후 우연한 기회로 대학 졸업 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비서로 입사했다. 당시 김 회장은 전국 경제인 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을 지냈는데, 그분의 전경련 연설문을 썼다. 이 연설문으로 대통령의 눈에 띄어 경제 연설 행정관으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 때 모든 연설 행정관을 담당하는 연설 비서관으로 재직했다.
 

▶ 청와대에서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지 못할 정도로, 8년간의 청와대 생활은 매 순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내가 기한 안에 이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글을 쓰고 직접 대통령에게 확인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특히 연설문은 대통령이 그대로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쓴 문장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큰 반응을 가져올 수 있어 매번 신경을 곤두세워 작성해야 했다.
 

▶ 청와대 일이 힘들었음에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하다.
나라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한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었으며, 주변인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에 보람도 느꼈다. 또한 나의 소심한 성격과 연설문을 쓰는 일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내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대통령의 관점에서 글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 올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학생들과 직접적인 대면 수업은 어려웠을 것 같다. 특히 힘든 점이 있었나.
강의에서 소통을 중시하는 나에게 대면 강의가 아닌 온라인 강의는 매우 힘들었다. 강의 중 학생에게 농담하거나 사담을 나누는 등의 유연한 소통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텅 빈 강의실에서 강의하던 중 벽에 대고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화면 너머 학생들과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고, 소통하며 쉬어가는 시간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다.
 

▶ 대학교수로서 강의하며 학생들에게 특별히 전하는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삶을 살아보니 인생은 축구와 같이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전반전은 어딘가에 소속돼 살아가는, 즉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말한다. 이후 후반전은 직장을 나와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은 채 보내야 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간다면 후반전을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된다. 특히 요즘 대학생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도 더 후반전이 길 테니, 기성세대들에게 전반전이 중요했다면 지금 대학생들에겐 후반전이 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후반전을 준비해나가는 전반전을 살았으면 좋겠다.
 

▶ 많은 대학생이 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글이 두려운 이유를 먼저 생각해보길 바란다. 첫 번째는 많이 쓰지 않아서이고, 두 번째는 내 글을 읽는 독자의 반응이 두려워서, 세 번째는 자신의 부족함을 글로 마주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무작정 많이 쓰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글을 작성한다면 두려움은 금방 극복될 것이다.

 

▶ 많은 강연을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번 다른 강연 대상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은 무엇인가.
학생, 회사원, 공무원, 학부모, 정치인 등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 핵심은 그 사람의 입장과 처지에 공감하고 나를 대입해보는 것이다. 내가 만약 그 사람이라면 나의 강의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기대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강연을 준비한다.
 

▶ 강연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
내 말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낄 때다. 나의 강연을 듣고 바뀌었다거나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말과 댓글을 볼 때 내 존재가치를 느낀다.
 

▶ 강의와 강연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강의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강연은 변화와 감동을 주는 것이다. 가령 강의를 설명이라고 한다면 강연은 설득이며, 무미건조함과 촉촉함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궁극적으로 글쓰기 저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 사람들이 말은 많이 하지만 그만큼 글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글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아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사람들이 말을 하는 만큼 글로 자신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특히 힘없는 약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썼으면 한다. 힘 있는 자들이 글을 쓰고, 약자들이 이를 보며 감명을 받아 따라가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약자들이 글을 써야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글쓰기 책을 10권 집필하고 도합 100만 부를 판매하는 것이다. 현재 4권을 집필해 목표의 절반 정도 달성한 것 같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이후에는 문학에 도전해보고 싶다.
 

▶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지, 해야 하는 일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나의 젊은 시절에는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인생을 ‘남’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은.
삶의 영원한 동료 ‘아내’다. 아내도 글을 쓰는 직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같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글을 쓰면 가장 먼저 보여주고 말해보는 고마운 사람이기도 하다. 항상 힘들 때 곁에 있어 주며 큰 힘이 됐다.
 

Epilogue
대통령 행정관과 비서관으로서의 추억을 기록하고 강사로서 자신만의 말을 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인지 알 수 있었다. 청와대를 나온 후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그는 어딘가에 소속돼 있을 때보다 더 남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기자는 여태 전반전이 후반전을 이끄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강원국 교수를 만나고 후반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으며, 하나의 명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요기 베라의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

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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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ksd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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