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지식인의 차이를 둘 것
전문가와 지식인의 차이를 둘 것
  • 승인 2020.11.11 00:30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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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 지식인,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네이버 지식인으로 대표될지 모를 이 단어는 ‘높은 수준의 지성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사람’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 집단은 과연 무엇일까? 관점에 따라 이 질문은 복수 정답을 갖겠지만 필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언론인’으로 대표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 의사도 아닌 이들의 한마디와 글 한 줄은 사람을 죽이고 또 살리기도 한다. 작은 행동 하나로 타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그들의 영역은 수 세기에 걸쳐 발전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형성된 언론의 관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철학과 맞물린다. 물론 언론인이 추구하는 것은 철학이 아닌 사실이지만 이들의 모든 행동은 철학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 회의론적 태도를 경험론자 겨데이비드 흄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이성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아니며 정확하지 않다. 따라서 인간은 마주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추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언론은 어떨까.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과 결과를 관습적으로 파악해 결론을 이끈다.

◇ 가령 연예인 A의 자살 사건이 보도됐다고 가정해보자.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가 사건 하루 전 연인과 이별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 대부분 언론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 죽음의 원인을 이별로 보도한다. 이런 행태를 흄은 이성적 맹신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말한다. 인간은 원인과 결과를 합리적으로 추론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관행과 관습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사실 보도를 원칙으로 삼는 언론의 회의적 태도는 단연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역할과 개인의 생계라는 무게를 동시에 짊어진 언론인에게서 쉽게 좌절된다. 물론 이 속에서도 지식인으로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지만, 언론을 대표할 만큼의 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족함을 느낀다.

◇ 관습에 숨어 시대를 운운하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언젠가 거짓과 과장이 판치는 정보가 지겨워질 즈음 회의주의를 잃은 지금의 언론은 어떻게 될까. 이때 진실은 우열을 가리는 기준이 될 것이며 기준 반대편에 선 누군가는 도태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때늦은 후회가 밀려오기 전 치열한 회의(會議)와 회의(懷疑)를 통해 언론의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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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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