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코로나19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 고혜주·임재욱 기자 정리=노효정 기자
  • 승인 2020.11.24 16:19
  • 호수 1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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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Prologue
지난 3월 11일(현지 시각) WHO는 확산되는 코로나19에 팬데믹을 선언했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벌써 11개월이 지났다.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역시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은 올해.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기자는 일상, 교육, 복지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현 사태에 적응하는 모두의 모습을 담고자 사회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휑한 홍대의 낮과 밤
▲휑한 홍대의 낮과 밤


활기를 잃은 젊음의 거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직후였던 8월 말, 아직도 그 답답함이 익숙해지지 않는 마스크를 챙겨 젊음의 거리 홍대로 나섰다. 이동 중 마주친 ‘마스크 미착용 시 탑승이 불가능합니다’라는 대중교통 안내 문구는 1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던 모습이다. 금요일 오후였음에도 불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적한 거리는 맑은 하늘과 대조적이었다. 집합 금지명령에 영업 중단 안내를 붙인 노래방, PC방, 클럽 등의 여가시설은 마치 폐가 같았다. 점심을 먹고자 들어간 식당도 손님이 없었고 다른 가게들 또한 휑했다.

▲거리 곳곳의 집합금지명령문
▲거리 곳곳의 집합금지명령문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걸음을 옮기니 갈증이 심했다. 이에 기자는 마른 목을 축이고자 한 카페로 들어갔다. 오후 3시의 카페에는 직원들뿐이었다. 음료를 기다리면서 사무실에 상주하던 사장님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업무 자료를 살피던 그는 취재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자리를 옮겼다. 카페 땡스네이처를 운영 중인 이광호(62) 씨는 “코로나19 이후 월 매출이 약 70% 감소했다”며 “인건비, 임대료 등을 포함한 가게 유지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심각성을 말했다. 그는 “일시적인 지원금보다도 정부 당국이 실제로 가게를 방문한 뒤, 실질적인 규제 제시와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생계를 위해 이 씨는 인건비를 줄이고 영업시간을 바꾸는 등 카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음료를 모두 마신 뒤 돌아가려던 기자에게 그는 “인터뷰를 함으로써 그간 쌓였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풀어진 것 같다”며 인사를 전했다. 인적이 사라진 삶의 터전에 방문한 타인과의 짧은 대화. 이 작은 소통이 그에게 위로가 됐다는 생각에 기자의 마음도 따스해졌다. 지하철 역으로 돌아가는 길, 꽉 찬 마음과는 다르게 많은 가게가 현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갔다는 이 씨의 말이 떠오르며 텅 빈 상점들이 삭막하게 다가왔다.
 

여행이 떠난 자리
번화가로 홍대가 손꼽힌다면, 매년 최대 방문객을 갱신하며 연간 6천600만 명의 방문객을 자랑한 인파의 대명사는 인천국제공항이다. 정부가 여행 자제를 권고한 지도 어언 8개월. 여행이 제한된 현재, 항공사와 여행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휴가철이면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즐기기 위해 찾던 이곳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막대한 인파로 인해 이동조차 힘든 곳이었다. 그러나 취재 당시, 휴가철이라는 말이 민망할만큼 공항 철도는 쾌적했으며 출발 층은 텅 비어있었다. 비행 일정으로 꽉 차야 할 공항 전광판 역시 한 면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한 면을 다 채우지 못한 공항 전광판
▲한 면을 다 채우지 못한 공항 전광판


여행사 부스에서는 직원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무작정 기다린 끝에 한 여행사의 지점장 A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여행사 부스를 운영 중이라고 소재한 그는 “낮에는 부스 앞에 줄을 서는 것은 물론 항공편의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고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는 폐업하는 여행사도 많고 공항 자체에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A 씨는 취재 당시 한 달에 약 15일을 출근하고 나머지는 무급휴직으로 대체돼 고용노동부의 무급휴직 신속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금으로 살고 있다는 근황을 소개했다. 현 매출에 대해서는 “이전에 비해 매출이 약 90% 급감했다”며 “요즘은 조선족, 한국인 사업가, 교민 등 해외 항공 표를 구하지 못한 고객을 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곳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기에 이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며 희망의 말을 건넸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에 현 상황을 버텨내려는 의지가 비춰지는 듯했다.

 

갈팡질팡 학교생활
그렇다면 정규 교육의 틀 안에서 학기라는 규정 속 한정된 시간과 싸우는 학교는 현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에 위치한 경성고등학교를 찾았다. 출입 전 교문에서 방명록 작성, 발열 체크, 손 소독 등의 절차를 마친 후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학생 한 명 없이 비어있는 교실은 학기 중이라고 믿을 수 없이 허전했고, 잠겨있는 급식실 안 모든 책상 사이는 칸막이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3학년 교사 B 씨를 만나봤다. 현재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B 씨는 처음 사태가 시작되고 수업 준비 과정에 혼란이 가득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교사가 직접 수업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데 촬영 장비는커녕 경험조차 없어 버거웠다”고 전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학생들의 반응이나 수강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점도 혼란이었다.


특히 “3학년의 경우 반드시 진도를 나가고 시험을 봐야 하기에, 짧은 등교 기간에 시험을 몰아보는 일이 발생했다”며 “학교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교육부 등교지침에 현장은 더욱 힘들었다”고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이어 그는 대면 수업 시 교내활동이나 체육 시간에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방역 수칙 감독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근심이 가득한 그의 모습에 기자 또한 그 답답함이 전해지는 듯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교문으로 향하며 가로지른 운동장은 쓸쓸한 황무지 같았다.


위기의 다음 말은 극복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 기자는 기부 현황을 살펴보고자 굿네이버스 서울 본부(이하 서울 본부)를 방문했다. 서울 본부로 향하는 도중 그늘 하나 없이 햇볕이 쨍한 날씨에 마스크 안은 땀으로 가득 찼다. 내부에 들어가기 전 방문수칙을 따른 뒤 지정된 방에서 이재식(30) 간사를 만났다.


가장 큰 문제로 경제 불황을 꼽은 이 간사는 “기부란 여유가 있어야 이뤄지는 것인데 점점 어려운 사람들만 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 본부를 기준으로 월요일마다 시행되는 도움 요청 접수는 마감일까지 정원이 안 찼던 이전과 달리 월요일 오전이면 마감되고 있다. 기부량의 경우 “서울 본부에서 받는 기업 기부금도 절반가량으로 줄었으며 유명인 기부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그는 며칠째 굶고 있다는 이의 도움 요청 전화를 받았다. 일자리 시장이 동결되면서 저소득층 생계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 일을 해오며 처음으로 그런 전화를 받은 그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꼈다. 하지만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꽃과 같이, 어려운 상황 속 이뤄지는 기부도 있다. 현재는 긴급구호 물품 지급이 가장 활성화돼있으며 마스크를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를 포함한 위생 키트를 제공하거나 장학금 형식의 생활비가 지원되기도 한다. 또한 최전방에서 분투 중인 의료진과 그 가족들의 심리·정서적 지원을 돕는 의료진 지원도 진행 중이다.
 

현 생태계의 생존법
위와 같이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 받는 지금,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에 빠지는 이들도 늘어 가고 있다. 기자 또한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교환학생과 함께 기대했던 여러 계획들이 연이어 취소됐다. 원격 강의를 수강하며, 밖에 나가는 것조차 자제하고 있는 요즘. 본래 외출을 즐기는 성격임에도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은 채 칩거 생활이 이어지니 우울감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이 같은 재난 우울은 어떻게 이겨내면 좋을까. 기자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한국 심리학회 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이하 심리학회 특대위)를 찾아갔다.


심리학회 특대위는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심리학회가 가진 전문성을 살려 국가를 돕고자 구성됐다. 주로 무료 전화 상담을 진행하며, 올해 누적 상담 요청은 지난 7월 이미 1천 건을 넘어섰다. 예상보다 높은 건수에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이들의 고통을 체감했다. 심리학회 특대위 이윤호(40) 간사는 “20대의 코로나블루 발생 경향은 높은 편”이라며 “그중에서도 진학·진로·취업으로 인한 것이 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기자에게 이 간사는 “일상에 제한이 걸리게 되면서 새로운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라며 “일정한 일과 유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원격 강의가 시작된 후 기상 시간을 비롯한 하루 일과가 엉망이 됐던 기자는 자신을 돌보지 못한 생활 태도를 반성하게 됐다.


한 명의 대학생으로서 기자는 현 사태 지속으로 계획했던 활동들이 연이어 취소돼 느껴진 상실감에 우울감이 찾아왔다고 말하자, 그는 “우리 삶이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할 수 없는 것에 몰입하기보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한 기자는 상담을 받고 나온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바이러스로 인한 답답함이 비어버린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pilogue
코로나19,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바이러스는 우리 삶의 여러 부분에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 모든 국민은 갑갑한 상황만큼이나 답답한 마스크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편을 감수하고 매일 아침 마스크를 챙겨 집을 나서는 이유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현 상황을 이겨내길 염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 소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머지않아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길 바라며 모두의 크고 작은 불편함과 노력의 결실이 팬데믹의 종식 선언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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