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봄을 준비해야지!
내일은 봄을 준비해야지!
  • 라선근(저널리즘·4)
  • 승인 2020.11.24 16:17
  • 호수 147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팔에선 버팔로의 목에 종을 달아둔다고 한다. 낮엔 숲에서 풀을 뜯거나 강에서 열을 식히도록 방목하다가 밤이 되면 종을 쳐서 소떼를 부른다. 돌아오지 않은 버팔로가 있다면 목에 걸린 종소리를 듣고 소를 찾거나 소들이 주인의 종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간다. 종소리는 버팔로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소리인 셈이다.
누구에게나 하나씩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소리가 있다. 바닷가가 고향이다 보니 파도 소리를 좋아하는데, 파도 소리가 듣고 싶어지면 학기 중에도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올해는 유독 그 소리가 자주 그립다.
연말이 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병이 있다. 역병에 덧난 세상 때문에 올해는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지만, 덕분에 어제를 돌아보는 시간을 얻었다. 사진들을 보며 방구석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대한민국 평균이 되기 위해 한 달에 두 권씩 책도 읽고 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멍 때리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거?
고단했던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필터 없이 들이마시는 숨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다. 입 위에 무엇인가를 걸치는 거에 나름대로 적응한 줄 알았는데, 여전히 어색하고 답답하나 보다.
낙엽을 밟을 때 나는 바삭바삭한 소리를 오래 즐기고 싶었는데, 이른 겨울비가 내리고 나선 그 소리조차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한 해가 가긴 가나 보다. 오늘은 코트를 꺼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