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망 시 사건 종결은 타당할까
피의자 사망 시 사건 종결은 타당할까
  • 추헌지 기자
  • 승인 2020.11.24 16:54
  • 호수 1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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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64. 공소권 없음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 [View 1] 피해자 측 인권 변호사 A 씨

인권 변호사를 시작하고 많은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 또한 피해자가 사망한 뒤 피의자를 체포했지만, 체포 과정에서 배와 손목 등을 자해 후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피해자 어머니 또한 답답한 심정이라며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국가에선 피의자가 사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피해자 어머니는 피해자가 죽은 이유도, 사건의 전말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식을 보내야 했다.

나는 이런 불기소 처분 사건이 가장 안타깝다. 법조계에서 ‘공소권 없음’으로 인한 수사 종결은 법적 절차로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피의자가 자살하면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이 죗값을 치르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된다. 이에 따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억울함,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원통함과 무력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조사를 거쳐 피해자의 법적 보호와 인권 보호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의자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돼도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피해자의 인권 보호와 회복을 위해서라도 정확하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 [View 2] 사건을 처리한 검사 B 씨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리한 뒤 며칠 동안 피해자의 어머니가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선 안타깝지만, 수사 중 피의자가 죽는 것은 가장 중요한 증거가 인멸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죄가 밝혀진다고 해도 처벌할 대상자가 없기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돼 법 형식상 공소권 없음으로 기각되는 것이 맞다. 이번 처리는 적법한 결과이다. 또 이는 피의자의 처벌에 이르기까지 수사부터 기소, 재판, 최종 판결에 거쳐 많은 사회적 비용과 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과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현대 사법 시스템에 따르면 수사 중 죄의 유무 판단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른다 이런 시스템에서 피의자가 사망한다면 피해자 측의 일방 주장 외엔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수사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현 사법 시스템에서의 처벌은 벌을 주는 것이 아닌 재발 방지가 주목적임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 명의 사건이 억울하고 안타깝다는 이유로 수사를 진행하고 실체 규명에 나선다면 다음 ‘공소권 없음’ 사건 모두 수사를 진행해야 하므로 판결 기준이 모호해진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며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법무부령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 4항에 따르면 사건 조사 중 피의자가 죽으면 피의자의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이를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 이외에도 ‘공소권 없음’ 판결은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거나, 동일 사건에 관해 이미 공소가 제기된 경우 등에도 적용된다.

최근 5년간 검사의 불기소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헌법소원은 2015년 256건, 2016년 412권, 2017년 660건, 2018년 638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작년에는 7월 말까지 397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나며, 국민적 요청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측에서는 인권과 피해를 보장받기 위해 사건의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망한 피의자를 언급하면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자칫 고인에 대한 인권 침해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또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해자의 입장만 들어보고 처벌을 내릴 수 없을뿐더러 ‘공소권 없음’ 판결이 난 뒤 피의자에게 형벌을 줄 수 있는 법이 없다. 

법의 형식상 죄가 밝혀진다고 해도 처벌할 대상이 없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인권과 피해를 보장해주기 위해서 사건의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누구든 이해할 수 있고 법의 울타리 안에서 동등하고 공평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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