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국민으로서 존재할 수 있길
모든 국민이 국민으로서 존재할 수 있길
  • 승인 2021.03.10 02:04
  • 호수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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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변희수 전 하사 사망

◇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선택의 기로는 간혹 다수와 소수, 집단과 개인 중 선택하도록 부추기기도 하는데, 어떤 집단이든 그 시초는 개인이기에 이 갈림길은 중요한 순간이다. 다수의 개인이 모여 구성되는 집단 중 가장 거대하며 이런 선택을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은 바로 국가일 것이다.

◇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의 역할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논의돼왔다. 필자도 한마디 거들자면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이 의견에 반대 표를 던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때때로 국민을 져버리고,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앞뒤 맞지 않는 상황이 최근 장기간에 걸쳐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한 군인이 복무 중 성 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이 내려졌다. 당사자는 이에 반발하며 계속 복무할 것을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지난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故 변희수 전 하사의 이야기로, 군 당국은 여러 이유를 들어 그를 밀어냈다. 성 전환 수술로 인한 신체 변화를 필두로 심신장애 3급 판정. 국방부 심신장애자 전역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후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역처분 인사소청, 행정소송, 국가인권위원회 등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는 앞과 같다.

◇ 군 당국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군대라는 집단이 갖는 목적성과 효율성 추구를 위한 결정. 그것이 국가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러나 국가가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결정을 했다면, 변 하사는 누구의 국민이었던 것일까. 모든 국민이 국민으로서 존재할 수 있길 바란다.

<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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