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꾼 ‘OTT’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꾼 ‘OTT’
  • 이은솔·조성건 기자
  • 승인 2021.03.10 01:27
  • 호수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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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골라보는 콘텐츠
일러스트 심예지 기자
일러스트 심예지 기자

OTT란 무엇일까? 
최근 SNS에서는 ‘넷플릭스’나 ‘왓챠’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추천하거나 자신의 시청 후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에 스며든 이 편리한 서비스는 무엇일까. 이는 ‘Over The Top’의 약자인 OTT로, 인터넷망을 통해 교육,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새로운 기술과 함께 발전한 OTT 
OTT가 등장한 후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의 수요를 높은 수준으로 충족시켰다는 점이다. 선택 폭이 좁아 소비자의 수요를 온전히 충족시키기 어려운 기존 방송 서비스의 체계와 달리, OTT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또한 범용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기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투자로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 역시 OTT 업체들이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다.


더불어 단순한 콘텐츠 제공을 넘어 이용자의 시청 패턴을 분석하고 관련 콘텐츠를 추천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까지 가세했다. 대표적인 OTT 서비스 넷플릭스에서는 도플갱어식 알고리즘이라 불리는 개인화 추천 기술로 콘텐츠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유사한 연결고리를 가진 사람이 주로 시청한 영상을 추천한다. 또한 어댑티브 비트레이트(Adaptive bit-rate) 기술로 사용자의 통신 환경에 맞춰 화질을 조절해 버퍼링 없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여러 전문가들은 5G 기술의 발전 또한 OTT 콘텐츠를 빠르게 다운로드 및 시청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성장 가능성을 예측했다.

 

시장의 변화를 불러온 OTT 
OTT의 성장세에 따라 기존 콘텐츠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도 방송 매체 이용형태조사」에 따르면 일주일간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응답자는 91.7%로 2017년 97.5%에서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극장가도 상황은 좋지 않다. 작년엔 OTT뿐 아니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객 수는 2018년과 비교해 73.7%p 감소했다.


반면 OTT는 국내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는데, 닐슨코리안클릭의 「OTT별 통합 순 이용자 수」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의 국내 넷플릭스 누적 이용자 수는 425만 명에서 736만 명으로 증가했고, ‘웨이브’의 가입자 수도 393만 명에 이르렀다. 또한 <사냥의 시간>, <승리호>와 같은 최신 영화의 OTT 플랫폼 개봉은 극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박민규(물리∙1) 씨는 “OTT는 다양한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새로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돼 좋다”며 OTT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답했다.


기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OTT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며 영상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혔다. 즉 OTT도 하나의 방송국과 같이 운영된다는 것이다.


기존 방송국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방송을 내보내는 기존 방송국과 다르게 OTT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OTT는 개인방송국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정창원(커뮤니케이션) 교수는 “미디어 서비스의 개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OTT는 앞으로 지금보다 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규모의 꾸준한 성장을 예측했다.

 

OTT, 좋은 점만 있을까? 
1. 환경문제
OTT 플랫폼의 데이터센터는 사람들이 언제든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365일 가동돼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즉 사람들이 OTT를 많이 이용할수록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비영리 환경단체 ‘시프트 프로젝트’는 「온라인 동영상 재생 시간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30분간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면 약 4kWh의 전력이 소비되며 1.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는 자동차로 6.3km를 운전했을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다.

 

2. 망 중립성
최근 망 중립성과 관련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이하 SK)’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 유형, 제공사업자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OTT는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개방된 인터넷망을 통해 대용량 파일을 전송하기에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데 반해 해외 OTT기업들은 현재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 이에 SK는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 지급을 요구했고, 넷플릭스는 이 요구가 망 중립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란을 필두로 OTT 업계의 망 사용료 지급에 대한 원칙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는 통신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 저작권
OTT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만큼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작년 7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당시 OTT 서비스에 적용되는 음악 저작권 사용료율을 문제 삼으며 음악 저작권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매출의 1.5%를 음악 저작권 사용료로 지불해야 하고, 그 사용료율을 2026년까지 1.9995%로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OTT 업계 측은 동일 서비스 대비 OTT만 높은 요율을 적용받는다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음악 저작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저작권 문제는 영화계에서도 발생했다. 작년 8월 5일 영화 수입배급사들이 콘텐츠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저작권료 배분 방식을 문제 삼으며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한 영화 콘텐츠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한 일이 있었다. 수입배급사협회는 “여러 회차를 감상해야 하는 드라마, 예능과 달리 영화는 한 번의 회차로 끝난다”며 전체 매출에서 소비자가 관람한 회차 수 비율로 나누는 정산 방식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정산 방식은 저작권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OTT 업체는 “사실상 구독형 VOD를 사업을 포기하고 IPTV가 되라는 것”이라며 여전히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OTT의 미래 
OTT와 관련한 여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정 교수는 “급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부, 관련 부처, 기업, 이용자 간 상호이해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OTT 업체는 지난 2일 한국 OTT 협의회를 발족하고 최근 논란이 된 여러 문제점과 더불어 공동 법무 및 연구용역 추진 등을 과제로 삼아 활동에 돌입했다.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이용을 고려해볼 정도로 OTT 산업이 활성화된 지금,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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