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그들을 욕할 자격이 없다
누구도 그들을 욕할 자격이 없다
  • 박아영 기자
  • 승인 2021.03.10 01:30
  • 호수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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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영 취재부장

 

우리는 모두 누가 더 나쁘고 고약한지 따질 계제가 되지 못한다. 인간은 누구나 뭔가를 원하고, 좀 더 나은 삶을 누리고자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생명체로서 갖는 당연한 욕구이자 본능이다. 한낱 식물일지라도 좀 더 태양 빛을 쬐기 위해 서로 자리를 빼앗으며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데, 하물며 인간은 오죽하겠는가.


기자는 본지 12면을 취재하며 인간 본능의 이중성을 직면할 수 있었다. 인천시가 자체 폐기물 매립시설 후보지 1순위로 영흥도를 발표하자, 영흥도 주민들은 곧바로 인천시를 향해 당장 계획을 철회하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그 시각 인천시는 ‘인천 에코랜드’ 추진안을 더욱 가시화하기 위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그들의 갈등은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 갈등이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일종의 ‘혐오시설’로 일컬어지는 환경기초시설이 우리 생활 어딘가에서 가동될 수 있었던 이유는 건설 과정에서 지자체와 주민이 끊임없는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이해하거나 포기하고 또는 그 둘 사이 어딘가의 합의점을 찾은 후에야 서로 상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본 인천시와 영흥도 주민의 대화방식은 조금 빗나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 얻고자 하는 이익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서로 대화를 근절한 채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통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들의 생각은 외면의 그 확고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은 지쳐있었으며 어서 빨리 이 갈등이 끝나길 바랐다. 기자는 각각의 관점 모두 합당하다고 느꼈고, 결국 양쪽 모두 사회에 필요하며 보장돼야 하는 가치를 우선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좀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본능이 지역 갈등을 초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장기 혈투전을 끝낼 수 있을까. 답은 돌고 돌아 우리에게 있었다. 관련 인터뷰 중 기자가 ‘단대신문 기자’라고 소개하자 취재원 모두 놀란 기색을 보였다. 대개 인천 일대 시민이 아니라면 관심 없을 내용을 용인에 거주하는 대학생 기자가 취재하고 싶다고 멀리서 찾아오니 신기해한 것이다. 기자도 취재하는 동안 ‘국민의 무관심’을 느꼈다. 매립시설을 어디에 설치하든 본인의 지역이 아니면 관심 없어 하는 우리의 태도가 곧 ‘쓰레기 폭탄 돌리기’ 역사가 계속되는 이유 아닐까.


그들의 싸움을 장기적으로 끌고 오게 한 장본인은 분명 우리의 무관심이라. 그렇다면 사람들이 그러한 무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자’의 일일 것이다. 단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순수한 의도로 펜을 잡은 적이 있었던가? 기자는 이번 르포를 통해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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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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