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지킴이가 되는 첫걸음
우리 문화 지킴이가 되는 첫걸음
  • 신정연 기자
  • 승인 2021.03.10 02:04
  • 호수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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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전통문화

최근 중국이 한국 고유문화인 김치와 한복을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문화 훔치기’라는 말 그대로 우리의 것을 넘보는 그 모습에 기자의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이런 혼란 속에서 한국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기자는 직접 우리의 문화를 체험하고 공부해보기로 했다.

▲ 김치를 만들기 위한 재료
▲ 김치를 만들기 위한 재료


무엇을 할지 고민한 것도 잠시, 기자는 K-푸드 대표 주자인 김치부터 담가보기로 결정했다. 어떤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했던 기자는 인터넷의 도움이 절실했다. ‘김치 담그기’를 검색하자 전국 방방곡곡의 황금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레시피에 따라 밑 재료를 준비하고 본격적인 노동에 앞서 전통문화에 어울리는 국악팝 ‘영정거리’를 재생시켜 봤다. ‘국악은 지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선입견은 경쾌한 가야금 소리에 모두 날아갔다. 빠른 장단의 전통 가락부터 신나는 노래까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소리가 어우러져 즐거움도 배가 됐다. 흥에 몸을 맡긴 채, 배추를 반으로 썰어 소금물에 절여두고 양념이 될 김칫소를 만들었다.

 

김칫소가 완성되고 이를 절인 배추 사이사이에 넣어 마무리했다. 점심 직후 만들기 시작했지만, 완성된 김치를 통에 넣고 뒷정리를 하니 해가 저물어 있었다. 기자는 갓 담근 김치를 바라보며 김치가 건강식품을 넘어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를 생각해봤다. 한국인의 정체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김치는 제철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로 만들 수 있고, 지역마다 사용하는 젓갈과 재료도 조금씩 다르다. 계절과 지역에 따른 식습관은 물론 여러 사람이 모여 돕는 품앗이는 따뜻한 정이 담겨있다. 김치는 우리 조상의 지혜와 생활이 고스란히 묻어져 내려온 것이다. 이런 역사가 녹아 한국만의 가치를 빚어낸 게 아닐까.

▲ 절인 배추에 김칫소를 넣어 완성한 김치
▲ 절인 배추에 김칫소를 넣어 완성한 김치


그날 밤 또 다른 문화 체험 방법을 찾던 중 인터넷에서 DIY 노리개 키트(이하 키트)를 발견했다. 노리개는 한복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에 다는 물건으로 금이나 보석에 명주실을 달아 만든 장신구다. 키트 속 노리개는 만들기 쉽고, 색깔 조합만 하면 되기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도착한 키트를 보니 장롱 속 한복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는 명절마다 한복을 꺼내 입었지만, 성인이 되고 는 입어 본 적이 없었다. 문득 한복의 세부 명칭이 궁금해진 기자는 인터넷 사전을 읽어 봤다. 저고리만 해도 팔 윗부분은 화장, 아랫부분은 배래, 목 뒷부분은 고대 등 생소한 명칭들로 불렸다. 우리 전통 의복임에도 불구하고 아는 점이 적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전체적으로 분홍색을 띠는 저고리와 노란색 깃, 그리고 청록색 치마를 가진 한복에 어울리도록 노리개에 분홍, 노랑, 초록으로 색을 입혔다. 완성 후 매듭을 연결하자 얼추 그럴듯해 보였다.

▲ 채색 전 DIY 노리개 키트
▲ 채색 전 DIY 노리개 키트

 

노리개를 완성했으니 한복에 걸어 볼 차례. 치마끈은 앞으로 묶고, 그 위에 저고리를 입은 후 옷고름에는 직접 색칠한 노리개를 장식했다. 오랜만에 입어 본 한복에 옷고름 매기가 어려웠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제 모습을 찾았다. 거울에 비치는 부드러운 곡선 모양의 배래와 치마의 풍성함을 담은 한복이 매력적이었다. 확실히 중국의 한푸와는 다르다는 것이 와닿았다. 기회가 된다면 개량한복을 구매해 보거나 한복을 입고 고궁을 산책하고 싶어졌다.

▲ 노리개를 걸어본 한복
▲ 노리개를 걸어본 한복

 

김치를 만들고 한복을 입어 본 시간은 잊고 있던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느끼게 해줬다. 평소에는 김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옷고름은 어떻게 매는지와 같은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래도 가끔은 시간을 내 우리 문화에 가까워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한 발자국 다가간 것만으로 기자는 ‘우리’의 멋에 빠져들었다.

신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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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jy3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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