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고자 할 때, 비로소 나아갈 수 있다-최유나 변호사
자신을 알고자 할 때, 비로소 나아갈 수 있다-최유나 변호사
  • 고혜주 기자
  • 승인 2021.03.09 18:00
  • 호수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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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나(37) 변호사

Prologue
기자는 이혼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두 사람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팽창한 풍선이 터져버리는 모습이 연상됐다. 하지만 기자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부수고 이혼이란 새로운 기회이자 시작임을 알려준 사람이 있다. 이혼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며 2018년부터는 인스타툰 「메리지레드」를 연재해 이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려 노력하는 최유나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과연 그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기자는 지난달, 인천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그를 만나봤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올해로 이혼 전문변호사 10년 차 최유나다.

 

▶ 대학 시절 전공은 영어통번역학이었다. 변호사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영어를 공부해보니 계속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고민하던 찰나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을 상담해주는 것을 좋아한 것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때도 어린이 법정 놀이를 하면 변호사역을 좋아했다.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이런 나에게 변호사를 추천하셔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이혼 전문변호사가 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인 법률사무소에서 이혼은 비중이 작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기업 사건처럼 큰돈이 오가는 것은 아니어도 개인에게 이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사건과 달리 변호사가 중간에 개입해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고, 해결하는 데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 의뢰인의 주변인으로부터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
모든 직업은 그에 따른 위험이 있다. 그러나 그만큼 얻는 것도 있다. 일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고 그를 통해 삶을 반성하며 깨닫기도 한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헌신적으로 결혼 생활을 해온 분들이 많다. 그들이 가정을 위해 한 일을 듣다 보면 나 또한 내 가족, 배우자, 자녀에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설적이게도 이 일을 하며 가정을 지키는 데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이런 점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재밌게 일을 할 수 있다.

 

▶ 평소 업무와 일상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균형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일이다. 출산 후에는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예전에는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상담에 임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해야 하는 걸 못 할 때가 생겨 문제였다. 지금은 일과 쉼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쉬는 날에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나를 위한 시간이 적기에 1시간 만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 「메리지레드」를 만들게 된 계기와 그 의미는 무엇인가.
이혼은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임에도 의뢰인은 자신한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기며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깨달은 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만들었다. 「메리지레드」는 나에게 일기 같은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타인의 일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반성해가는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

 

▶ 「메리지레드」에서 자녀분이 ‘변호사님’이라 부르는 모습을 봤다. 당시 느낌이 어땠는가.
처음에는 웃기고 귀여웠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었는데 ‘님’이라는 표현을 들으니 거리감이 느껴져 속상했다. 이제는 6살이라 그러지 않지만, 아이와 더 자주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달려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 자신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다. 변호사로서도 엄마로서도 최선을 다해야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얼마만큼 부족한지 알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과거로 딱 한 번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순간으로 가고 싶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 변호사가 된 해에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지금 돌아간다면 정신적으로 성숙한 만큼 아버지가 의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 텐데. 내 돈으로 밥도 사 드리고 같이 일주일 정도 여행을 가고 싶다.

 

▶ 자기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무엇인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다. 앞서 말했듯, 일을 하다가도 사람에 관해 배우는 순간이 많다. 사람에 대해 계속 호기심이 들며 더욱 깊게 알고 싶다. 아이가 크면 심리에 관해 공부해보려 한다.

 

▶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단어로 꿈을 가지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지 문장으로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 보다 ‘누군가에게 말로써 의미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막연할 수 있지만 내가 가진 것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공부도 의무가 아니라 세상을 알아가는 단계로써 즐겁게 열심히 하길 바란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은 무엇인가.
여행. 세상에는 새롭고 다양한 것이 너무도 많다.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체력과 열정이 있으면 좋겠다.

Epilogue
모든 질문에 고심하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그의 모습에서 매사 최선을 다하려는 성품이 엿보였다. 일과 육아로 일상이 거의 없다는 최 변호사는 바쁜 시간 속에서도 항상 무언가를 깨닫고 배우고 있다. 그런 그였기에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기자는 여태 하나만 이뤄내도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굴어왔다. 자기만족과 게으름이 자신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기자도 성찰과 실천을 통해 ‘항상 전진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짧은 단어가 아닌 길고 긴 문장이 기자를 이룰 때까지 힘껏 인생을 달려 볼 것이다.

고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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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atle1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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