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법안으로 얽혀버린 통신망
부실한 법안으로 얽혀버린 통신망
  • 권소영 기자
  • 승인 2021.03.10 01:43
  • 호수 1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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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망 중립성
출처-아이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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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 1] 인터넷 콘텐츠 회사 대표 A 씨
나는 웹툰을 모아 볼 수 있는 국내 인터넷 콘텐츠 회사를 운영 중이다. 회사 운영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직원들과 사용자들을 보며 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용자 문의 게시판에 해외 인터넷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콘텐츠의 화질과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증가해 골치 아프다.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해외 기업보다 더 비싼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어 무작정 콘텐츠 화질 개선과 막대한 콘텐츠 수입에 투자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 인터넷 콘텐츠 시장의 대부분은 해외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다. 해외 콘텐츠 서비스의 이용량이 많은 만큼 엄청난 양의 데이터 트래픽이 유발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폭증한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0% 이상은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서비스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해외 콘텐츠 회사가 망 사용료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한 태도다.


 작년 12월에는 정보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일명 ‘넷플릭스 법’이 시행됐다. 모두에게 동등한 데이터 제공 및 책임이 있다는 망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 인터넷 회사들도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근거 조항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망 품질 의무만을 명시했을 뿐 망 이용 대가를 강제하는 내용은 없어 사실상 권고 수준에 그치고 만다. 게다가 필요시 자율적으로 협의하도록 해 오히려 국내 중소 콘텐츠 회사에 불리한 법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개정안은 모두를 위한 법안이 아니며 사용자들에게 보다 넓고 안전한 통신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 [View 2] 해외 인터넷 서비스 기업 법무팀 B 씨
얼마 전 망 중립성을 두고 망 사용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그리고 방금 열띤 반론을 펼치며 재판을 끝내고 오는 길이다. 우리 쪽이 재판에서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법적으로 해외 인터넷 서비스가 국내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또한 우리는 사용자가 자주 방문하는 경로를 빠르게 찾아주는 네트워크 장비인 캐시서버를 제공하며 이미 관련 이용료를 지급 중이다. 또다시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 과세다.


또한 망 사용료를 지급해 캐시서버와 함께 현재 대비 두 배의 자금이 지출된다면, 어쩔 수 없이 사용자에게 비용이 청구될 것이다. 갑작스러운 큰 자금 지출로 인한 기업 적자를 메우기 위한 서비스 이용료 인상이나 품질 저하는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해당 손실과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옮겨간다.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면 기업 크기에 따라 많게는 수십억의 돈을 지불하게 된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문제다. 현재 국내 기업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사용자 이용률 저조 및 품질 저하 문제가 나타나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망 사용료 지불의 필요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 만약 비싼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망 관리를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망 사용료란 통신 사업자가 만든 인터넷망을 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이용한 대가로 내는 요금이다. 현재 유럽 연합은 보다 중립적이고 개방된 인터넷을 보장하기 위해 ‘유럽연합 회원국 전기통신서비스 규제자 공동기구(BEREC)’를 창설해 지속적해서 의결하고 있다. 영국은 무선 통신망 서비스에 정부 개입이 자제되지만,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상황에 따라 개입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 망 중립성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 및 서명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명한 대처를 위해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촉구해야 하며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법안이 아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규제도 구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망 중립성 논란의 갈등을 해소할 열쇠는 ‘망’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로 볼 것인지, 통신사업자 설비의 사적 재산권을 얼마만큼 인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는 결국 통신 정책 당국이 새로운 규제 기준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인터넷 콘텐츠와 통신 서비스가 상호 보존 관계임을 잊지 않은 채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권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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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o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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