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협업하는 로봇을 꿈꾸며
인류와 협업하는 로봇을 꿈꾸며
  • 강규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3 11:26
  • 호수 1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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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로봇 시대 개막
▲ 영화 승리호 공식 포스터
▲ 영화 <승리호> 공식 포스터

새해를 맞이한 후 넷플릭스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승리호>일 것이다. 2092년 병든 지구로 인한 새로운 보금자리, 우주 개발기업 UTS의 탄생과 이를 감싸는 우주 공간이 놀라운 수준의 시각적 특수효과 VFX(Visual Effects)로 그려져 탄성을 자아냈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에 이어 배우 유해진이 로봇 업동이를 연기하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처럼 로봇 골격에 피부를 덮어 인간인 듯 아닌 듯 표현한 작품들도 다수 존재했으나 <승리호>의 업동이는 얼굴과 몸통, 팔과 다리까지 외형적으로 인간의 구조를 띠지만 누가 봐도 ‘로봇'임을 있는 그대로 증명한다. 그러나 장선장(김태리)이나 태호(송중기)와 대화하는 방식을 보면 지극히 인간적이다. 한낱 기계일 뿐이지만 실제 사람처럼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니 시대적 배경에 맞는 첨단 인공지능이 탑재됐다고 봐야겠다.


<승리호>의 배경이 되는 시점으로부터 무려 300년 전 이 세상에는 기계라는 것이 도입돼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기계의 등장은 매우 편리할 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 한쪽에서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자동화 기계를 장착해 대량생산을 극대화한 공장들은 이제 정보통신 기술과 인공지능까지 도입하면서 스마트 팩토리로 거듭나고 있다.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할 영역이 있는 반면 단순하고 반복돼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일,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작업 모두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덕분에 물자 생산은 빨라졌고 효율성과 비용 절감, 노동력 개선 등을 동시에 잡았다. 18세기 말 산업혁명 이후 기계는 정착했고 인류와 공존하고 협업하는 운명 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개발되면서 로보틱스 분야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쉽게 말하면 공장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로봇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라 로봇의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HUBO)'는 최초의 직립보행 기계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이제 로봇은 <승리호>의 업동이처럼 장애물을 뛰어넘고 사람처럼 계단도 오르며 심지어 공중회전도 한다. 자연스럽고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꾸준하게 연구했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개발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대표적인 로봇 공학 기업으로 손꼽는 곳이다.


네이버랩스에서는 5G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하는 브레인리스(Brain less) 로봇을 공개한 바 있다. 브레인리스는 키워드 그대로 몸통은 있지만 머리가 없는 형태의 로봇으로 5G 네트워크가 클라우드와 로봇을 연결한다. 무게를 줄일 수 있고 배터리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여러 대의 로봇을 한 번에 제어할 수도 있다. 물론 다양한 사이즈의 로봇도 가능해진다.


위에서 언급한 로봇들은 언젠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공존하고 공생하는 운명 공동체가 될 것이다. 같은 공간에 살며 가사를 도와주거나 밤새 집을 지켜주거나 업동이처럼 일상에서 농담을 하며 대화가 가능한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생체공학과 기계공학이 잘 어우러진 로보틱스가 인공지능 테크놀로지와 만나 발전하게 되면 언젠가 우리도 업동이와 같은 로봇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인류를 위협하는 영화 속 로봇이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이 아닌 인류와 공존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본격 로봇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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