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은 물을 사랑하는 방법
내가 찾은 물을 사랑하는 방법
  • 박애린 기자
  • 승인 2021.03.23 16:13
  • 호수 1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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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세계 물의 날

살면서 물이 부족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셨고, 씻고 싶으면 목욕을 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누군가 물이 없어 밥을 먹지 못하고, 씻지 못해 병에 걸린다. 실감이 나진 않지만 UN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이며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분류될지도 모른다. 심란한 마음을 다잡으며 어제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수질 개선과 물 절약을 실천해보고자 했다.


일단 물에 대해 이해하고자 인터넷을 검색해보던 중 한 맥주회사와 환경재단이 주관한 ‘물과 사랑’이라는 주제의 일러스트 전시회를 알게 됐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던가. 직접 물의 소중함을 눈에 담고자 코엑스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다양한 색감과 예쁜 그림에 매혹되기도 잠시, 작품 바로 옆에 써진 기획 의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모든 생명체는 물로 이뤄졌고 지구에서 우리는 커다란 ‘하나’라고 얘기하고 싶었다는 문장에 기자는 오랫동안 그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 ‘물과 사랑’ 일러스트 전시회
▲ ‘물과 사랑’ 일러스트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기자를 반겼다. 문득 그들의 소중한 터전인 바다를 인간이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시회가 아쿠아리움에서 이뤄진 이유를 깨달으며 더욱 물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던 중 무심코 도로 옆 하천을 보게 됐다. 그러자 중학교 때 근처 하천의 수질 개선과 악취 제거를 위해 만들었던 EM(Effective Micro-organism) 흙공이 떠올랐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절약 방법임을 깨달은 기자는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흙공 키트를 주문했다. 키트에 준비된 황토와 발효촉진제를 섞고 EM 발효액을 넣어 적당한 크기로 뭉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다. 하지만 EM 발효액 뚜껑을 연 순간,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에 무심코 뚜껑을 닫아버렸다.

▲ EM 흙공을 만들기 위한 재료
▲ EM 흙공을 만들기 위한 재료

잊고 있던 강력한 냄새를 친구들과 함께 만들던 추억으로 막아내며 만든 9개의 흙공. 발효를 위해 상자에 넣어 햇빛이 드는 곳에 놔뒀다. 이틀 후, 발효됐다는 것을 냄새로 알려주는 흙공을 들고 집 주변 하천으로 향했다. 흙공을 던지려고 하자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주변으로 다가와 부끄러웠으나, 이를 통해 누군가 물에 대해 고민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힘껏 공을 던졌다. 흙공 하나에 수질 개선, 흙공 하나에 악취 제거를 기대하며 마지막 하나에 외쳐봤다. “물 사랑해!”

▲ 발효 전 완성된 EM 흙공
▲ 발효 전 완성된 EM 흙공

텅 빈 상자를 보니 한껏 마음이 들떴다. 또 다른 뿌듯함을 찾아 ‘물 절약’을 검색해보니 옷 기부하기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옷과 물의 관계에 대해 의아했으나, 기부를 통해 옷이 순환되면 새 옷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엄청난 양의 물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부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은 기자는 옷장에서 입지 않는 옷들을 모았다. 다음에 입고 싶어지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잠시, 물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아깝다는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 기부를 위해 포장한 옷
▲ 기부를 위해 포장한 옷

원래는 헌옷수거함에 넣고자 했지만 수거함은 업체 소유이기에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부라는 목적에 맞는 새로운 기부처를 알아봤다. 굿윌스토어에 의류 기부 신청을 하니 이틀 후 차가 집을 방문해 옷을 수거했다. 수거된 옷은 장애 근로인들이 관리, 판매해 일자리까지 창출된다고 하니 기부의 기쁨도 배가 됐다.


물을 위해 노력한 하루였지만 오히려 물에 무감했던 자신을 발견한 날이었다. 양칫물을 컵에 담아 쓰는 기본적인 것은 물론, 적극적인 물 지킴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영화의 한 장면이 우리에게 실제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박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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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vpahz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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