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마지막 희망 또는 인권침해
대리모, 마지막 희망 또는 인권침해
  • 이유진 기자
  • 승인 2021.03.23 15:52
  • 호수 1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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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대리모
출처: KBS 뉴스
출처: KBS 뉴스

 

● [View 1] 불임으로 8년째 고통받는 A(42) 씨

우리 부부는 결혼 8년 차로, 아이를 갖기 위해 과배란 유도와 시험관 시술 같은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시험관 시술은 평균 성공률이 25~30% 내외로 저조한데다 41세 이후부터는 약 14% 밑으로 떨어진다. 평균초혼연령이 30대에 들어선 현재, 이런 방법에도 의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던 중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킴 카다시안은 앞선 두 차례 임신으로 태반 유착증을 앓아 셋째와 넷째는 대리모를 통해 출산했다. 니콜 키드먼과 지미 팰런처럼 임신 중독이나 불임으로 고통받던 가정도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었다. 미국에서는 대리모가 신체적 결함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가정을 구원하는 제도로 자리 잡힌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불임의 좌절을 이해하지 못한 채 대리모를 인권침해라며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대리모 제도는 아이를 사고파는 매매계약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도와줄 마지막 동아줄이다. 대리모의 자유의사에 의한 친권 포기와 입양 합의를 기반으로 한 계약은 가족법을 위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가족을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로 대리모 제도를 인정해 불임 가정을 고통에서 해방하고, 나아가 법의 보호 아래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보장해야 한다.

 

● [View 2] 국제 여성 인권단체 관계자 B(29) 씨

최근 음지에서만 행해지던 대리모 사용에 대한 인식이 할리우드 연예인들의 사례를 통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대리모를 하나의 제도로 인정할 수 없다. 대리모는 여성의 몸을 착취하는 산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출산에는 각종 부작용이 동반된다. 임신한 여성은 입덧, 빈혈과 같은 증상을 겪고 분만 과정과 출산 후에도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는데, 대리모는 이 모든 것을 오로지 혼자 감당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은 주로 빈곤국 여성에게 일어난다. 일자리와 돈이 부족한 그들에게 대리모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생계를 위해 대리모를 택한 것이 자유의지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리모를 경제 수단으로 만든 사회구조가 그들의 존엄성과 생명을 돈으로 맞바꾸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빈곤 인구의 3분의1을 차지한 인도가 세계 대리모 산업의 허브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심지어 대리모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아이에게 장애가 생긴 경우, 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1월 중국의 유명 배우 정솽이 대리모에게 출산을 의뢰해놓고 연인과 이별하자 대리모에게 낙태를 종용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처럼 대리모는 새로운 희망이 아닌 생명 경시 사상과 자본주의가 결합한 하나의 산업에 불과하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대리모 제도를 통해 불임 부부의 고통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자 했던 본래의 취지는 존중돼 마땅하다. 또한 대리모는 점점 늦어지는 결혼 평균 연령과 보조 시술의 한계를 감안해 가족을 구성하는 새로운 대안으로써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돈벌이 수단으로 여성의 신체를 도구화하는 상업적 대리모 산업은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처벌과 법적 보호 장치를 바탕으로 대리모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만 한다.

 

대리모는 향후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리모는 합법도 불법도 아닌 법의 부재 상태이기 때문이다. 제3의 여성에게 의뢰부부의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고 임신과 출산을 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체외수정 당사자의 수정란을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모호해진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올바른 대리모 제도를 시행하려면 최소 수년 이상의 결혼 관계를 맺은 불임 부부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지속적으로 임신을 위해 노력했다는 증빙자료를 전제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대리모 여성은 상업적 대가가 아닌 신체적 회복을 위한 정당한 대가만을 받으며, 임신에 실패한 부부들을 위한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대리모’여야 할 것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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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real-110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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