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住)의 주(主)인을 지키기 위해
주(住)의 주(主)인을 지키기 위해
  • 조성건 기자
  • 승인 2021.03.23 14:50
  • 호수 1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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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의(衣), 식(食), 주(住)이다. 입을 것, 먹을 것, 그리고 살 곳까지. 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 


기자는 본지 12면을 취재하며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져온 문제들과 이로 인해 힘든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SNS를 통해 소위 ‘핫플레이스’가 거리 곳곳에 생기면서 그곳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며 젠트리피케이션 효과가 발생했고, 높아진 임대료와 많아진 관광객들은 원주민들을 내몰았다. 주(住)의 주(主)인이 바뀐 것이다.


주인이 바뀐 여러 장소 중 기자는 을지로의 노가리 골목과 세운상가부터 문래동의 철공소와 예술가들까지 각기 다른 업종과 사람들을 만나며 보다 다양한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들은 삶의 터전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를 했다. 여러 산업이 뭉쳐있어 하나의 제품을 찾고 만드는 시스템이 구축된 현재의 장소를 떠나게 된다면 소비자 역시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어렵다고, 그리고 실제로 떠난 상인들은 작업에 어려움을 겪어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온다고. 서울시도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재개발을 추진해야 했다. 그러나 원활하지 못한 소통으로 서로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아 기자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문래동 예술가 최라윤(51) 씨는 이미 한 번 높아진 임대료에 홍대 거리에서 문래동 거리로 이주했다. 이주 후 기존 문래동 거리와 잘 녹아들어 철강과 예술의 조화를 이뤄냈으며, 예술가들의 활동으로 문래동은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또다시 젠트리피케이션 효과가 일어났고, 아이러니하게도 최선을 다한 결과는 또 한 번의 내몰림이었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에 기자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문래동 주민 A 씨를 만나고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발전과 함께 찾아온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 그는 평소 사람이 많지 않아 어두웠던 밤거리가 환해지고 감성 카페부터 프렌차이즈 음식점까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즐비해 즐겁다고 기자를 향해 웃으며 답했다. 그렇다. 그도 이 보금자리의 주인이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삶의 터전을 뺏기는 누군가에겐 잔인한 현실일 테고, 삶의 터전이 더욱 발전하는 누군가에겐 행복한 현상일 것이다. 여기에 명확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잔인한 현실이 될 누군가를 위해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주(住)를 지키고 싶은 주(主)인들을 위해.

조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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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p_gunny@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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