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괴아심(無愧我心)
무괴아심(無愧我心)
  • 단대신문
  • 승인 2021.03.23 16:50
  • 호수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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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 분야에서는 전공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졸업 전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이 필수과목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구방법론”이다. 그런데 다수의 학생은 이 교과목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딱딱하고 지루하고, 게다가 ‘필수’라는 강제성이 학생들의 반감을 산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방법론을 왜 배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법론이 왜 필요하고 얼마만큼 중요한지 설명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다. 아무리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그 과정에 신뢰성과 타당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연구를 좋은 연구 혹은 훌륭한 연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연구 결과 역시 믿지 못한다.


비단 학문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별 과제에서 무임승차로 좋은 학점을 받는 학생,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을 이용해 공정한 경쟁을 거치치 않고 선발되는 신입사원, 직장 동료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승진하는 사람 등. ‘높은 학점’, ‘취업’, ‘승진’ 등 결과론적으로 바라보면 모두 훌륭하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관련 뉴스를 접하거나 이러한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분노한다. 바로 과정의 공정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결과라도 공정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 현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자 대선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대표적인 문구이다. 그만큼 우리가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이를 통한 정의로운 결과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자. 무임승차로 조별 과제에서 좋은 학점을 받을 기회,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으로 좋은 직장을 들어갈 수 있는 상황 등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공정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때때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수십 배는 힘들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쉬운 길을 에둘러 돌아가는 길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바보라고 돌아서 흉을 볼 수도 있고 어쩌면 ‘공정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람보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되면 한 해의 길운을 기원하는 입춘방을 붙이곤 한다. 주로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쓰는데, 올해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다는 ‘무괴아심(無愧我心)’이라는 글귀를 함께 적어 넣었다. 최소한 교육 현장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공평한 기회를 통해 공정한 평가 기준으로,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교육자, 학자로서의 작은 다짐이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다. 2021년 우리 대학 교정에서만큼은 좋은 ‘결과’ 보다 공정한 ‘과정’을 귀히 여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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