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둠 속에서 헤매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박정호 교도관
나는 어둠 속에서 헤매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박정호 교도관
  • 박애린 기자
  • 승인 2021.05.04 13:27
  • 호수 14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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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41) 교도관

Prologue
교도소. 듣기만 해도 두려움이 밀려오는 장소다. 이 때문인지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을 생각하면 딱딱하고 단호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기자의 편견을 깨준 사람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살면서 안 만나면 좋을 사람’으로 소개된 교도관 박정호(41) 씨가 그 주인공이다. 방송 내내 유쾌하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 박 교도관. 교도소를 또 하나의 사회라고 얘기하며 수용자의 속죄와 변화를 돕는 그를 지난 3월 정부 과천청사 교정본부에서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현재 법무부 교정본부 교정기획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16년 차 교도관 박정호다.

 

▶ 학부 시절 호텔경영을 전공했다. 관련 진로가 아닌 교도관이 된 계기가 무엇인가.
호텔경영 관련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던 중 학과 선배가 추천한 영화 <그린마일>을 보고 교도관이 사형수를 위로하며 교화시키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특히 사형수를 위해 교도관들이 기도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이에 사회에 버려진 사람을 보고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교도관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사회복귀과의 종교활동이 교화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듯한데, 실제 종교활동을 하면서 입교와 같이 교화된 모습을 본 경험이 있나.
종교집회와 예배를 주관하는 사회복귀과의 기독교 담당자로 근무할 당시, 회개하고 변화를 결심하는 수용자가 많았다. 이곳에서는 기독교 목사와 집사들이 교화위원을 구성해 수용자들과 서신으로 연락한다. 하지만 문제는 출소 후 종교단체와의 교류가 끊겨 일시적인 변화에 그치는 것이다. 아주 안타깝고 사회 복귀 과정 중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간수’라고 불리던 과거 사회의 편견과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궁금하다.
간수라는 표현 자체가 범죄자 구금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정의 목적은 교화, 재범방지로 변화했다. 지금은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교정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교도관은 재범방지와 교정, 교화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 분류심사, 재범 가능성 예측·분석, 범죄유형별 심리치료 프로그램 실시와 전문 상담 등 매우 전문화된 영역의 업무를 하고 있어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전문가라고 말하고 싶다.

 

▶ 수용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자신의 방법이 있다면.
신입 때 수용자 자체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국가의 공권력을 상징하는 근무복을 입으며 이를 의식적으로 떨쳐내고자 노력한다. 선입견 형성을 막기 위해 수용자들의 범죄 내용을 읽지 않는 것 또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 수용자들의 인권이 중요시되면서 화나거나 억울했던 경험이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권리구제를 악용하거나 법망을 피해 교도관을 괴롭히는 수용자들이 존재한다. 징벌 수용동 근무 당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수용자가 있었다. 나는 수용자가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보호장비 해제와 징벌 감경을 위해 그에게 반성문을 요청했다. 이를 근거로 보호장비 해제와 징벌 감경이 이뤄졌지만, 수용자는 양심의 자유를 해치도록 반성문을 강요했다며 나를 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노력에 배신을 당해 허탈한 기분이었다.

 

▶ 수용자와의 감정적, 인격적 교류도 있을 법한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학창 시절 가출해 불량청소년과 어울리다 범죄를 저질러 입소한 수용자가 있었다. 그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했고, 나는 그의 모친에게 접견 신청을 요청했다. 어머니와 만남 이후 모범적으로 수용 생활을 마친 수용자는 출소 후 모친과 함께 선물을 갖고 찾아왔다. 그때 큰 보람과 함께 직업에 대한 나의 소명을 다시금 깨달았다.

 

▶ 교도관 생활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초심이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누군가를 비춰줘야 한다는 비전을 갖고 시작한 일이다. 수용자들의 여러 삶을 들으며 감사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육체적·심리적으로 정말 힘든 직업이지만 초심과 감사한 마음을 생각하며 항상 버티고 있다. 

 

▶ 본인을 잘 나타내는 성격 세 가지가 궁금하다.
적극성, 운동으로 다져진 긍정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공감 능력이다. 이런 성격은 수용자와 심리 상담을 진행할 때 발휘돼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자녀들이 일상에서 항상 힘을 준다고 했다. 자녀들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되고 싶은가.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평일에는 바빠서 자주 못 만나기에 휴일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지.
조병주 서기관. 큰 가르침을 준 선배다. 매사 강단을 갖고 솔선수범했고 자신의 성과를 후배에게 돌리며 격려해 준 참 선배였다. 항상 생각하며 그를 닮고자 노력한다.


▶ [공/통/질/문]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은.
믿음이다. 종교적인 믿음, 내 비전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내 직업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믿음. 

 

▶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교 3학년 때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돌아보니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이 선행돼야 하더라. 그 후에 삶의 지표를 만들어 더 나은 삶을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노력하는 것이 지금 대학생들이 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교도관 일을 하며 어디서도 느끼기 힘든 보람을 느끼고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 더불어 법학, 심리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Epilogue
기자가 만난 박정호 씨는 ‘살면서 안 만나면 좋을 사람’이 아닌 ‘만나서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교도소라는 격리된 사회에서 누군가의 변화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보고 타인에 대해 무감해져 가는 세태가 생각났다. 박 교도관이 수용자의 교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사회 일원으로서 삶을 버티고 살아가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박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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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vpahz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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