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도 외롭지 않은 솔로 라이딩
홀로도 외롭지 않은 솔로 라이딩
  • 윤다운 수습기자
  • 승인 2021.05.04 13:45
  • 호수 14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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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자전거 여행

싹이 움트고 꽃봉오리가 활짝 피는 봄을 지나 여름의 시작인 입하에 이르렀다. 문밖의 날씨는 따스하게 풀렸는데 사람 간의 거리는 2미터 밖으로 쓸쓸히 멀어졌다. 기자는 식어버린 마음속 온기를 채우기 위해 외출을 결심했으나 문화시설과 여가 공간에 가려니 혹시 모를 감염이 두렵기만 했다. 물리적 거리를 마음껏 지키면서 따뜻한 봄기운을 느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기자는 솔로 라이딩, 이른바 솔라 자전거 여행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 자전거 여행 준비물
▲ 자전거 여행 준비물

자전거 여행의 장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혼자든 여럿이든 상관없고,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 없다. 자전거도 라이딩 코스 어디에나 있는 대여점에서 대여할 수 있고 장소만 잘 정하면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기자는 본가와 가까우면서도 볼거리가 많은 팔당의 남한강 자전거 길을 첫 라이딩 장소로 정했다. 이제는 짐을 꾸릴 차례. 여행의 필수품인 도시락은 가장 먼저 가방에 넣었다. 그 외에도 간식, 물티슈 또 혹시 모를 우천에 대비해 우비도 챙겨 넣으니 금세 가방이 빵빵해졌다.

▲ 하루 동안 발이 돼 준 자전거
▲ 하루 동안 발이 돼 준 자전거

마지막으로 운동복까지 갖춰 입고 자전거 대여점이 모여있다는 팔당역 근방으로 향했다. 대여점 안에는 일반 자전거부터 전기 자전거, 로드 사이클, 트레일러 등 다양한 선택지가 즐비해있었다. 미리 자전거 예약 앱을 통해 여러 대여점의 가격, 이용 가능 시간, 자전거 종류 정보 등을 비교해봤던 기자는 오늘의 애마로 하늘색 자전거를 택했다.

▲ 팔당역으로 향하는 길목
▲ 팔당역으로 향하는 길목

안장과 브레이크, 헬멧까지 모두 꼼꼼히 확인한 후 드디어 여행을 시작했다. 벚꽃은 졌지만 아카시아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햇볕은 조금 뜨거웠지만, 공기는 시원해 선선한 바람을 느끼기 좋았다. 잠시 후 쏴- 소리를 내며 댐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저절로 페달 밟는 속도가 느려졌다. 멈춰서서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웅장한 광경이었다. 눈과 카메라에 팔당댐을 담은 후엔 봉안터널을 신나게 달렸다. 터널이 이어지는 동안 햇볕 아래에서 흘린 땀이 개운하게 식었다. 

 

그다음으로 향한 능내역은 2008년도에 폐쇄돼 지금은 역사관과 레트로 분위기의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근처 쉼터에서 다른 라이더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싸 온 도시락을 조금 떨어진 채 나눠 먹으면서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바깥에서 사람과 온기를 나눠보니 기자의 마음에도 봄바람이 살랑였다. 혼자 먹으면 별맛 없는 유부초밥도 함께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 라이더들과 함께 나눈 도시락
▲ 라이더들과 함께 나눈 도시락

봄 풍경과 온정을 만끽하다 보니 어느새 양수철교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무 바닥과 철골 구조로만 마감된 교량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드르륵거리는 소리를 내 무서웠지만 뻥 뚫린 하늘과 상쾌한 바람에 정신을 집중하며 페달을 밟았다. 간신히 양수철교를 지나 목적지인 양수역에 다다르자 태어나 처음으로 솔로 라이딩을 해냈다는 생각에 희열이 느껴졌다. 왔던 코스를 다시 돌아가도 좋지만 쌩하니 달려 내려온 내리막길이 돌아갈 땐 오르막이 될 거란 생각에 고개를 저으며 지하철을 선택했다. 역 안으로 들어가기 전, 출퇴근 시간 외에는 지하철 맨 앞뒤 칸에서 자전거 휴대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보고 승강장으로 들어가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렸다.


오랜만의 나들이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가득 채워진 기분이었다. 여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자연과, 거리만 멀어졌을 뿐 따뜻한 마음은 그대로 안고 있는 사람들을 자전거 여행을 통해 만났기 때문이다. 5월, 아직은 봄의 시원함이 남아있는 날씨. 오랜 `집콕 생활'로 마음이 허전하다면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솔로 라이딩에 도전해보자.

윤다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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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acher0112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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