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안녕하십니까?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 박애린 기자
  • 승인 2021.05.18 13:34
  • 호수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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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약 10여 년 전 한 대학생이 모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의 제목이다. 사회 곳곳이 병들어 썩고 있는데도 안녕들 하시냐는 대학생의 질문은 전 국민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그때를 조금이나마 재현해보고 싶다. 안녕들, 하십니까.


기자는 본지 12면을 취재하면서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노력하는 각계 인물들을 만났다. 이에 취재 초반에는 장애인 탈시설은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왜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은지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취재를 하며 여전히 탈시설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이유는 무관심한 사회 때문인 것을 깨달았다.


기자는 취재 중 경기도 장애인복지시설협회(이하 시설협회)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행위를 규탄하고 처벌을 요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장연은 코로나19로 코호트 격리된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의 ‘긴급 탈시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천막농성을 했고, 장애인들이 치료 후 시설에 복귀할 수 없도록 시설문을 사슬로 묶었다. 이러한 위협 행동에 시설협회는 하루아침에 장애인의 생존 터를 빼앗는 것과 같다며 분노했다. 이들은 모두 장애인의 권리라는 같은 목적을 가졌으나 과정에 대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외침 끝은 무관심하고 냉혹한 사회를 향해 있었다.


장애인 탈시설과 관련해 사회의 단면들을 쫓아가면서 사회의 무관심과 이기심에 마음이 불편해진 적이 있다. 탈시설장애인당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 혜화역사에서 탈시설장애인당 당원들을 다시 마주했을 때였다. 한창 사람들이 퇴근할 시간인 오후 6시 그들은 개찰구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자는 그들을 바라보다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퇴근길을 늦춘다며 욕을 하는 행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행인에게 그들의 목소리는 소음이며 퇴근길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었다.


기자도 취재 전까지 장애인들의 탈시설에 대한 외침을 알지 못했다. 왜 시설을 나오고자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취재하며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도 기자가 당신들에게 안부를 묻는 이유는 기자가 취재하면서 느낀 답답함과 불편함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인식하지 못하면 변화는 없다. 사회로 나오게 될 장애인들이 역경을 마주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역경을 헤칠 때 외롭지 않도록, 조금은 수월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훗날 당신이 아침에 집 문을 열고 나와 장애인인 이웃에게 자연스레 인사를 건넬 수 있는 날이 오길. 지난밤, 안녕하셨습니까.

박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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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kvpahz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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