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커피를 마실 수 없다면
내일부터 커피를 마실 수 없다면
  • 조원진 작가
  • 승인 2021.05.18 13:37
  • 호수 1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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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속가능한 커피산업

커피를 마실수록 더 사랑하게 돼 커피를 마시고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일상을 영위한다. 이 아름다운 커피의 세계로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고 싶다. 하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커피를 마시는 일은 한낱 꿈이 될 수 있다. 월드 커피 리서치(WCR)에서는 2050년에 이르면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이 지금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2050년에 커피를 경작할 수 있는 토지는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발표도 낙관적이지 않다. 현존하는 커피 품종 중 60%가 멸종 위험에 처해있으며 45%는 그 어떤 유전적 정보도 채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장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 경제 위기와 빈부격차,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염병의 심화로 커피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커피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 커피체리를 수확하는 사람들
▲ 커피체리를 수확하는 사람들

그런데도 우리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유는 각 가치사슬에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1980년대 처음 등장해 생산자들의 최저가격을 보장하고 선금을 지급하는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농업생산지를 보호해왔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농장 직거래)는 공정무역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한 형태로 등장했다. 공정무역처럼 커피 산지에 규칙을 부여하거나 각종 인증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산지와 더욱 밀접한 관계 형성을 통해 커피 품질을 높이고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전문성과 추적 가능성을 내세운 다이렉트 트레이드는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강조하는 스페셜티 커피 트렌드와 함께 커피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고 있다. 


F1 하이브리드 품종은 미래품종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와 새로운 전염병의 출몰에 대비해 월드 커피 리서치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개발하고 있는 품종이다. 총 826종의 아라비카 나무들의 유전적 연구를 통해 100종을 선별하고, 이들의 유전자 매트릭스를 활용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씨앗의 가격이 일반 커피들에 비해 비싸다. 또한 자라난 커피를 다시 심을 경우 생산되는 2세대는 그 특징을 물려받을 확률이 매우 낮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많은 커피 품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F1 하이브리드 품종은 가뭄의 단비처럼 희망이 돼주고 있다. 


2014년 코스타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무산소 발효가공과정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확한 커피 체리를 가공해 산소가 차단된 공간에서 장시간 발효하는 방법인데, 이 과정을 거치면 향미가 더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병충해에 강한 품종은 상대적으로 커피의 맛과 향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공과정을 통해 그 품질을 개선하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자 세계 각지의 농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무산소 발효가공을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산소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서 유산균을 넣거나 이산화탄소를 침용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커피의 향미를 조절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커피산업을 위한 다양한 노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커피를 사랑하고 마시는 당신의 관심이다. 농장에서 재배된 커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산업을 지키고자 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은 결국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소비, 환경 보호를 위해 내일을 바라보는 소비는 산업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안할 수 있다. 소비자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기업도 변하지 않고 산업도 변하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에는 커피 농가의 삶부터 시작해 우리가 앞으로 지켜나가야 할 지구의 환경문제까지도 담겨있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내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이 땅에 커피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간절한 당부다.

조원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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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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