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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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慧>
  • 승인 2004.04.01 00:20
  • 호수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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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津

△ 국어사전에서 ‘진’ 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모두 20여 가지의 다른 뜻이 나온다. 접두어로 ‘진’은 ‘진밥’, ‘진자리’ 처럼 ‘물기 있는’, ‘마르지 않은’ 뜻을 나타내고, 진(辰)은 십이지(十二支)의 다섯째인 용을 상징한다. 또, 진(疹)은 반진(班疹)과 같이 피부에 생기는 이상물(異常物)을 일컫고, 중국 최고의 통일왕조 진(秦)을 말하기도 한다. 군사들의 대오(隊伍)를 배치할 때 ‘배수진을 치다’는 말처럼 진(陣)을 쓰는 경우도 있다. 거짓이 아닌 참일 때 진(眞)을 쓰고, 칵테일 재료로 많이 쓰이는 진(gin)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즐겨 입는 진(jean)으로 읽히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풀이나 나무껍질 따위에서 분비되는 끈끈한 물질인 진(津) 등으로 쓰인다.
△다양하게 쓰이는 ‘진’ 字 가운데 ‘진이 빠지다’의 ‘진(津)’은 식물의 줄기나 나무껍질 등에서 분비되는 진액을 뜻하는데, 진이 다 빠져나가면 식물이나 나무는 말라서 죽게 된다. 그래서 선인들은 진이 빠진다는 것은 곧 거의 죽을 정도로 기력이나 힘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해왔다.
△이처럼 우리말처럼 사용되지만 한자어에서 파생되거나 처음부터 한자어인 말들이 대부분이다. ‘양에 차지 않는다’는 관용구로서 자주 쓰는 말인데 이때 ‘양’은 수량의 뜻인 ‘양(量)’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위(胃)를 뜻하는 말로 ‘양’을 가리킨다. ‘숭늉’은 한자어 ‘숙냉(熟冷)’에서 나온 말로 ‘익힌 찬물’이라는 뜻이다. 숙랭(熟冷)이 ‘숙>숙늉>숭늉’의 과정을 거쳤다. 비슷한 예로 ‘성냥’, ‘영계’, ‘얌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석류황(셕류황(石硫黃)>셕뉴황>셩냥>성냥)’, ‘연계(軟鷄)’, ‘염치(廉恥)’에서 나왔다.
△비록 한자어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말로 정착된 단어들. 그 어원을 알고 쓰면 더욱더 바르고 정확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주변인들은 “진이 다 빠져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을 쉽게 쓴다. 하지만 죽어갈 상태인 사람은 별로 없다. 진이 다 빠질 만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정심(正心)을 쏟아 붓는 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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