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쏟아지는 과제, 부담감을 담다
⑬ 쏟아지는 과제, 부담감을 담다
  • 음악칼럼니스트 천미르
  • 승인 2021.05.18 13:17
  • 호수 1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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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가 끝나고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교수님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마치 교수님들끼리 약속하신 듯 한꺼번에 이렇게 과제를 내주시다니요. 거기에 마감은 또 왜 이렇게 빠듯하게 주시나요. 알바 갔다가 과제까지 하려면 진짜 힘들어 죽을 것 같다. 거기에 막상 앉아서 리포트를 쓰려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는 상황. 그렇다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하겠다고 지금 누워봤자 걱정 때문에 잠도 오지 않는다. 어찌할지 모르는 답답한 순간, 부담감만 더 쌓여간다.

Sweet Insomnia - Gallant(feat. 6LACK)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인해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잠에 들지 못하는 애증의 관계를 노래한 이 곡이 오늘의 첫 번째 추천곡이다. 앞서 설명한 애증의 관계는 마치 과제 제출을 앞둔 전날 밤 우리의 모습같이 보인다.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 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이 아닌 상황. 에코가 가득 들어간 코러스 보컬로 몽롱한 정신 상태를 나타낸 듯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작성해온 과제를 용두사미로 끝내기에 아쉬운 마음에 계속 붙잡고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새벽이 돼버린 순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나타낸 노래라 생각된다.

 

Bad Dream - Jutes
시험 기간에 피폐해진 기분을 전환한 지 얼마나 됐다고, 과제로 다시 며칠 밤을 새우는 상황. 이제 좀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제 폭탄에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짜증과 신세 한탄이 섞인 말들처럼 들리는 오늘의 두 번째 추천곡이다. 클래식 기타 혹은 하프와 같은 스트링 악기를 활용한 사운드는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담담한 느낌의 저음과 오토튠을 활용한 하이톤의 랩핑을 자유자재로 전화하는 보컬은 과제에 치여 점점 미쳐가는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는 듯하다. 특히 잔잔한 느낌을 주는 곡의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과제 한다고 잠도 제대로 못 자 몽롱한 우리의 모습이 느껴진다. 여유가 하나도 없는 과제 폭탄 속 현실이 마치 악몽 같다고 표현해주는 것 같다.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 - Lorde
하나를 끝내고 숨 좀 돌리나 했더니 새로운 과제가 뒤따라오는 고통의 연속.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는 무서운 악마 같은 과제들. 내가 꿈꾸던 자유롭고 행복함이 가득한 대학 생활은 없고,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과제의 연속이라는 현실 대학 생활을 신입생들에게 말해주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곡이다. 영화 <헝거 게임>의 OST로 사용된 곡으로, 펑크스타일의 희망적 느낌인 원곡과는 정반대의 해석으로 절망적인 영화 속 세계관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모든 악기 사운드가 폭발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주다가, 갑자기 묵직한 로드의 저음만으로 끝내버리는 아웃트로는 깊은 여운을 준다.

 

Cold At The Alter - Chris Klafford
앞의 세 곡들과는 다르게 차분한 느낌이 들어간 오늘의 네 번째 추천곡이다. 잔잔하게 연주되는 일렉기타의 사운드와 간절함이 묻어나는 크리스의 보컬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절망 속 신을 기다린다는 노래의 가사까지 어우러지면서, 끝없이 쏟아지는 전공 과제들로 멘붕에 빠졌다가 이제야 현실을 인지하게 된 2~3학년 학생들이 떠오른다. 과제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주기를 바라는 모습과 딱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과제 마감 하루 전, 늦은 밤에 제발 누군가 한 명이라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들과 선후배에게 카톡을 남기고 답장을 기다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Everybody Knows - Sigrid
모든 사람들이 잠든 밤, 나의 꿈속에서 과제의 악마가 나타나 이렇게 속삭인다. “나는 다 알고 있지, 그 과제를 끝내면 새로운 과제가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넌 이번 학기 18학점을 모두 전공으로 듣고 있다는 것을.”만약 정말 이런 끔찍한 악몽을 꾼다면, 식은땀에 흠뻑 젖은 채로 잠에서 깨지 않을까. 꿈속의 그 끔찍한 말과 같은 꺼림칙한 느낌이 가득한 긴장감 넘치는 곡이 오늘의 마지막 추천곡이다. 역대급 망작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메인 OST로 어두운 분위기로 가득한 마이너 코드 연주들이 인상적이다. 전반부에서는 피아노만으로 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후반부로 갈수록 현악기가 첨가되면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제출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한 압박감을 정말 잘 나타낸 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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