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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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학 수
  • 승인 2004.04.01 00:20
  • 호수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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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학 수 교수<음악대학>

어는 호른 주자의 이야기

칸트는 인간을 교육적 존재라 했다. 현재지향적인 동물과 달리, 정신적이고 문화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존재이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정신문화적인 측면에서 남을 질투하거나 자신이 교만하거나 혹은 남을 칭찬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먼저 질투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질투심이란 자기 열등감의 표현인 것이다. 자신만만한 사람은 남의 일을 질투하지 않는다. 학문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은 어느 회사 사장이 보라는 듯 자가용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연구하는 학문에 만족하고 그것을 자랑으로 알고 있으며 그의 인생에 대해서 자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투에 대한 가장 좋은 요법은 자기 능력을 더욱 연마하고 자신을 키우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교만은 가던 기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종착역에 머무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탔던 손님은 내리고 기차는 녹슬어 버리고 말 것이다.
생명이 있는 부드럽고 유연한 초목은 비바람이 불어도 흔들거리며 꺾이지 않지만, 죽어 마른 초목은 굳어버려 가지는 쉽게 꺾여 썩어갈 것이다.
나는 여기서 자기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느 호른 주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음악에서 포르테(f)=forte는 강하게, 크게라는 뜻이다.
어느 유명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연습 때에 호른의 솔로(독주)부분에 이르면 ‘오오, 아니야’하면서 포르테! 포르테! 하고 잇달아 외쳤다. 몇 번 정도라면 참을 수도 있었지만 대여섯 번씩이나 반복해서 당했을 때 호른주자는 화가 치밀었다. 자신도 이름이 꽤 알려진 호른주자인데 아무리 유명한 지휘자라고 해도 너무 한다고 생각했다. 그 호른주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더 이상의 포르티씨모는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에 대하여 지휘자도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지르기를 “나는 호른을 포르테로 불라고 했지 포르티씨모로 불라고는 하지 않았단 말이야!” 참고로 여기서 포르티씨모는 최상급인 가장 크게, 가장 강하게 라는 뜻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남을 칭찬하는 데에는 매우 인색하다.
칭찬이란 먼저 남에게 자신감을 주어 성장하도록 배려하는 힘이 있으며, 잠재되어 있는 의욕을 끌어내는 힘, 또한 다른 사람에게 해준 칭찬은 반드시 자신에게 되돌아와 관계가 좋아지는 힘을 지니며, 장점을 칭찬해주면 약점을 극복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칭찬과 아부는 확실히 구별해야 할 것이다. 칭찬은 장점. 좋은 점을 부각시키지만, 아부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오버하며 선정적이며 액션적 성격이 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인 인간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시간일 것이다 ‘Time is money’라는 서양격언이 있지만 사실 시간은 돈과 비교될 수 없는 인간의 귀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생각 할 때, 위의 격언은 시간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로써는 매우 부족한 느낌이다.
한 생명은 따지고 보면 하나님이 한 인간에게 허락한 이 세상에서의 존재시간이다. ‘촌음(寸陰)을 아껴 쓰라’는 우리의 격언은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대개 우리는 돈을 아끼는 것 보다 시간을 아끼는 것에 더 무관심하다. 누가 우리에게 돈이나 물건을 빌려 달라고 하면 좀 망설이지만, 어디 놀러 가자든지 잡담을 하자고 하면 대개 망설이지 않고 거기에 응한다.
이것을 깊이 생각해보면 생명보다 오히려 돈이나 물건을 더 귀중하게 생각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되고, 내가 잠시라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내 생명을 스스로 소비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지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우리의 생명도 소비되고 있으니 단 1초라도 가볍게 보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우리는 1분 1초라도 가치를 파괴하는 대열에 서지 말고, 가치를 창조하는 대열에 서서 열심히 노력하고 보람 있는 삶을 영원히 영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평소 내가 좋아하는 말들! 실천해 생활하고픈 말들을 나열해 본다.
▲ 악의 없는 선한 말로 대화하라.
▲ 사랑을 심은 곳에서 사랑을 거둔다.
▲ 남을 칭찬하기를 아끼지 말라!
▲ 사랑으로 상대방의 굳어진 마음을 녹이라!
▲ 나의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을 기쁘게 하라.
▲ Love is care! (사랑이란 돌보는 것이다!)
▲ Love is Understand! (사랑이란 이해하는 것이며 남보다 한발 아래에 서는 것이다!)
위의 모든 말들은 하나같이 부메랑이 되어 나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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