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쥔 펜으로 누구의 권리를 지킬 것인가
손에 쥔 펜으로 누구의 권리를 지킬 것인가
  • 승인 2021.09.07 16:21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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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 ‘기레기’라는 말이 대중화된 지 오래다. 언론의 역할이 의심받고 신뢰는 곤두박질치는 시대. 꾸준히 문제시됐던 언론의 무질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

◇ 언론의 가치와 존재 의미는 국민의 알 권리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마땅하다. 이 전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순간 국가는 권력자의 손에 놀아날 테다.

◇ 그러나 언론은 사회적 살인이 가능한 도구다. 언론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적지 않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연예인의 연애 상대는 정말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정보인가? 언론의 역할은 누군가 알고 싶어 할 정보 전달이 아니라, 누구나 알아야 할 정보 전달이 아닌가.

◇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를 떠돈 이후 언론들은 시시각각 관련 보도를 통해 국회의 탄압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은 국회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언론에서 시작된 것이다. 언론중재법을 멈출 수 있는 건 국회의원이 아닌 언론인이다. 

◇ 언론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자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먼저 되찾아야 한다. 언론중재법을 비판하기 이전에, 보도 윤리를 지켜야 한다. 보도 윤리는 한낱 도덕 따위가 아닌 국민과의 약속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언론이 어떻게 정치꾼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 실제 언론의 자유가 탄압받던 시절, 이 자유를 지키고자 당시 언론인들은 손에 쥔 펜으로 자신을 찔러야 했다.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건 언론의 권리가 아닌 국민의 권리다. 그때 펜에 스며든 피가 아직 언론에 돌고 있기를 바란다.

<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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