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파이팅!” 열기와 감동을 다시 한번
“코리아 파이팅!” 열기와 감동을 다시 한번
  • 박아영 기자
  • 승인 2021.09.07 16:20
  • 호수 14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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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올림픽

걱정과 기대로 가득 찼던 도쿄 올림픽과 도쿄 패럴림픽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과거와 달리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이 밖에 많은 요소가 변경되면서 사람들에게 색다른 추억으로 기억됐다. 기자 또한 개최 시즌 동안 집콕 생활을 하면서 거의 모든 종목의 경기를 시청했다. 탁구, 양궁, 요트, 체조까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선수들이 발굴됐고 신구 세대교체와 종목 다변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간절한 바람이 현실이 됐던 감동의 순간들을 영상 클립으로 다시 보면서 그때 느꼈던 뜨거운 열기와 감동을 또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 기자가 과녁판을 향해 조준하고 있다.
▲ 기자가 과녁판을 향해 조준하고 있다.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활을 한 번도 쏴보지 않은 기자는 이번 기회에 양궁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포털 사이트에 관련 체험장을 검색하자 생각보다 많은 양궁 체험장이 있었다. 기자는 양궁을 제대로 체험하고자 수시로 바뀌는 풍향과 소음을 동반하는 실외 양궁장을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내내 계속된 비 소식에 어쩔 수 없이 강남에 위치한 실내 양궁 카페를 선택했다. 태극전사의 정신을 느끼려면 준비부터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기자는 선수들과 비슷한 흰옷을 입고 흰 모자를 쓴 채 양궁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안은 각가지의 활과 화살로 가득했으며 볼링장처럼 칸이 분리돼 있고 스크린이 위에 설치돼 있어 점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양궁 초보자인 기자는 48발을 쏘는 정규 게임에 강습이 포함된 코스를 골랐다. 이후 선수들이 착용하는 보호대를 착용했는데, 현역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더욱 의욕을 다질 수 있었다. 지도 선생님의 짧은 설명 후 실사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은 ‘스탠스(Stance) - 노킹(Nocking) - 후킹(Hooking) - 앵커링(Anchoring) - 드로잉(Drawing) - 조준(Aiming) - 슈팅(Shooting)’ 순으로 진행됐는데, 화살을 정확히 쏘기 위해 오른손잡이인 기자는 왼쪽 눈을 감고 어깨를 쭉 펴 오른손을 턱밑에 대고 과녁판의 노란 원을 잘 맞춰 쏴야 했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눈을 감은 기자의 화살은 당연 과녁판 밖. 당황한 기자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해 화살을 쐈고, 계속된 연습 끝에 감을 잡을 수 있었다. 

 

▲ 과녁에 꽂힌 화살이 치열했던 경기를 보여준다.
▲ 과녁에 꽂힌 화살이 치열했던 경기를 보여준다.

강습이 끝난 후 기자는 함께 온 후배 기자와 소소하게 커피 내기를 걸고 정규 게임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둘 다 팔 힘이 남아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갈수록 활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웠고 집중력이 떨어져 낮은 점수가 이어졌다. 게임 결과는 비록 한 세트 차지만 기자의 승리였다. 게임을 마친 기자는 완전히 녹초가 됐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실제 올림픽에서 이뤄지는 경기들이 얼마만큼의 힘과 집중력을 요할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각 종목이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있다.
▲ 각 종목이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있다.

체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33년 전 개최된 서울올림픽을 떠올렸다. 기자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지만 부모님의 말씀을 통해 당시의 감동과 영광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모습은 어땠을까 궁금했던 기자는 마침 <어게인 1988> 전시회가 한창이던 홍대 프로스펙스 스타디움으로 걸음을 옮겼다. 전시회를 가는 도중 호우주의보가 발효됐지만, 기자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 오륜기 메달을 목에 찬 호돌이가 기자를 향해 웃고 있다.
▲ 오륜기 메달을 목에 찬 호돌이가 기자를 향해 웃고 있다.

전시회장 안에 들어서니 바닥에는 오륜기 스티커가 붙어 있었으며 각각의 종목 포스터와 천장에 설치된 트랙 조명이 어우러져 올림픽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매장 가운데는 배지, 부채, 기념주화 등 각종 아카이브 기념품들이 가득했는데, 그중 전시회 중앙에 있던 호돌이가 손을 흔들며 기자를 환하게 반기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비디오로 당시 올림픽 개막식을 틀어주고 있었으며 그 옆엔 성화 봉송 횃불 모형이 놓여 있었다. 그 장소에 있던 기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88년 서울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비록 짧은 체험이었지만 기자는 잠시나마 올림픽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메달의 색보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극복하는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선수가 있었다. 각자의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땀방울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 값지지 않을까.

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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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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