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받지 않을 권리 혹은 남용
차별받지 않을 권리 혹은 남용
  • 강서영 기자
  • 승인 2021.09.07 16:42
  • 호수 14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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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차별금지법
출처: 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이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언어, 나이 등을 이유로 교육, 고용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법률을 말한다.

 

● [View 1] 국가인권위원회 소속위원 A 씨
최근 내가 조사에 착수한 피해자는 저소득층 가정의 부모로 중소기업에서 10년째 비정규직으로 종사 중이다. 이들은 학벌이 남들보다 불리하다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이 계속 미뤄지고 있으며, 임금도 예년과 같은 상황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기업에 머물러 전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력보다 학력이 우선순위로 매겨지는 것이 타당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학벌이 불리한 비정규직 종사자라는 이유로 이들은 수년째 회사 내에서 잦은 무시와 편견을 받고 있다. 경력이 몇 년인지보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고 어떤 지역 출신인지로 기억 됐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의「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표본 중 21%가 학력 및 학벌, 17%가 출신 지역을 들었다. 이는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학력에 대한 인식이 업무와 태도에서 간접적인 차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인적사항에 대한 차별 의식에 묻혀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능력과 성장 가능성이 가려지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누구나 차별을 당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도 같은 간접차별을 규제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 [View 2] 금융 기업 전문 변호사 B 씨
얼마 전 내가 담당하는 C 은행이 재판에 회부됐다. 본래 C 은행은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앱을 통해 대출을 이행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원고는 시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비스 이용을 거절당했다고 주장하며 은행을 고소했다. C 은행은 시각 장애인 고객의 경우 비대면으로는 본인 확인이 어려워 대면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나는 이러한 은행의 해명을 피력했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6조 1항을 위반함에 따라 위자료를 청구받는 것으로 판결받았다.


최근 뉴스를 통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발의가 논의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이 법의 특이한 점은 기존 원칙과 다르게 증명책임의 주체가 가해자에게 있다고 전제한 것이다. 이처럼 피고가 직접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증명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증명의 본질에 어긋나는 까닭에 소송 싸움이 과도하게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법이 제정된 상태였다면 나는 필시 정당한 사유 없이 원고에게 불리한 대우를 했다는 판결을 받아 패소했을 것이다. 법이 말하는 정당한 사유의 범위는 모호할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위반한 장애인차별금지법도 함께 적용돼 중복 처벌을 면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니 더욱 아찔했다. 해당 법안은 기존의 법 조항들과 달리 특수하고 포괄적이기에 비단 법조계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지난 6월 14일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법 동의 청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많은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모든 사람의 평등이라는 취지에 입각한 법안이다. 성별, 인권, 장애  등 현행 중인 규정뿐만 아니라 세세한 항목들까지 포괄해 각종 차별의 문제점들을 사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성격을 띤다. 이로 인해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학업, 고향, 나이 등의 복합차별도 사법 규제가 가능하다. 2010년에 차별금지법을 도입한 영국의 경우, 시행 2년 만에 25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 중 78%가 차별을 문제로 인식했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렇듯 현대인의 차별에 대한 인지와 관심은 기민해지고 있다.


차별에 대한 피해자 구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구제가 한쪽으로 쏠려 역차별을 유도하는 것은 온전한 법안이라고 할 수 없다. 다소 포괄적이고 애매한 이 법안의 형태에 더 공정한 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해 여러 입장을 감쌀 수 있는 타당한 기준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강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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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stzer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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