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뮤지컬이 만나다, ‘무비컬 전성시대’
영화와 뮤지컬이 만나다, ‘무비컬 전성시대’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1.09.07 16:18
  • 호수 14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1 문화산업과 뮤지컬
▲ 배우들이 영화가 원작인 흥행 뮤지컬 <비틀쥬스>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출처: CJ ENM

 

<킹콩>과 <백 투 더 퓨처>, <비틀쥬스> 그리고 <물랑 루즈>의 공통점은? 바로 영화가 원작인 흥행 뮤지컬이라는 것이다. 이런 작품들을 무비컬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화를 의미하는 무비(Movie)와 무대 위 예술세계인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용어다. 


사실 영화와 무대의 만남은 무비컬 이전에도 존재했다. 1900년대 등장했던 뮤지컬 영화들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지금처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없던 시절, 노래와 춤이 함께 나오는 대중적인 음악극은 그야말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른바 뮤지컬 황금기다. 하지만 문제는 공연의 속성이었다. 무대의 매출은 하룻밤 얼마나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또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인기를 누려도 무대에서의 돈벌이와 성장엔 한계가 있었다. 한편 할리우드의 영화자본가들은 여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대중성이 검증된 무대용 뮤지컬을 대형 스크린용 영화로 제작한다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확장이 가능하리라 판단한 것이다. 레너드 번쉬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드리 헵번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마이 페어 레이디>, 오스카 해머쉬타인 2세와 리차드 로져스가 만든 <남태평양>과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은 바로 이런 시대적 배경이 잉태해낸 불세출의 명작 뮤지컬 영화들이다. 


그 시절 춘풍이 뮤지컬에서 영화계로 불었다면, 이젠 다시 풍향이 바뀌었다. 앞서 언급된 작품들만이 아니다. 호주에서 제작됐던 드레그퀸 성 소수자 주인공의 자아 찾기가 담긴 <프리실라-사막의 여왕>은 화려한 무비컬로 제작돼 인기를 누렸다. 금발 아가씨의 법정 드라마 <금발이 너무해>도 그렇고, 아예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우피 골드버그가 직접 제작한 <시스터 액트>는 내한공연까지 가졌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다수의 영화도 무비컬 대열에 합류했고, 드림웍스가 제작했던 <슈렉>이나 <이집트의 왕자>도 마찬가지다. 8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로 화제가 됐던 <스파이더맨>이 이목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하늘을 날아온 유모 이야기 <메리 포핀스>는 전대미문의 매출을 달성했다.


무비컬을 단순히 흥행 영화의 무대적 재연이라고만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를 원작으로 시작된 것은 맞지만, 사실 무대적으로 다시 재구성된 콘텐츠는 영화와 또 다른 재미를 담아내기 마련이다. 아무리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기어오르고, 아바타가 3D나 4D로 구현되더라도 무대에서 실물을 직접 보는 현장감에는 감히 비할 수 없다. ‘백문’은 늘 ‘불여일견’이기 때문이다. 무비컬의 감동은 그래서 원작 영화를 뛰어넘기도 한다.

무비컬의 흥행 공식은 유명 원작의 활용이 아니라 어떻게 무대적으로 재구성하고 재창조시켰는가의 여부다. 이른바 무대적 판타지로의 업그레이드다. 단순한 영상의 무대화는 간혹 아니 만들지만도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미래의 예술가들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무비컬 제작의 절대적인 기본전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