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을 때 물은 얼마나 마셔야 할까?
약을 먹을 때 물은 얼마나 마셔야 할까?
  • 윤수진 약사
  • 승인 2021.09.07 15:58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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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복용법
▲ 약의 최적 흡수를 위해 적절한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

 

약을 먹을 때 물을 같이 먹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이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갸웃한다. 한 모금? 두 모금? 한 컵? 그러면 컵은 어떤 컵으로? 약 먹을 때 물의 양은 헷갈리기만 한다.


물을 최소한으로 적게 먹으면, 약이 인체 내에서 농도 평형을 이루기 위해 더 잘 퍼질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다. 위벽과 장벽에서 능동수송이라 하여 위장관에 있는 음식물을 잡아끌어 흡수한다는 것이다. 즉, 약물 역시 능동수송이라는 시스템하에서 강제로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물의 양이 적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약 자체의 입자가 물 없이 제대로 녹지 않아 위점막과 장점막을 통과하기에는 크기가 커서, 약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약이 물 부족으로 제대로 위에서 부서지지 않는다면, 약 입자들이 위와 장을 다니면서 여기저기 생채기를 낼 수도 있다.


아예 물을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한 번에 1L 이상의 물을 약과 함께 마신다면? 우리 몸은 일정 수준의 물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런데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초과한다면, 나머지는 소변이나 대변에 섞어서 배설한다. 물을 너무 많이 먹는 경우 약이 위와 장에서 흡수될 시간도 없이 물과 함께 그대로 대변으로 배설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이 너무 많아서 물 설사를 하는 경우 약도 물과 함께 그대로 빠지는 것이다. 즉, 물을 너무 많이 먹어도 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결국 약을 먹을 때 물의 양은 너무 과해도 문제, 부족해도 안 된다. 일반적으로 약을 먹을 때 한 번에 마시는 적정한 물의 양은 200~250mL 정도다. 일부 특이한 약들의 경우 더 많은 물을 복용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대체로 따로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으니 일반적인 상황이라 보기는 어렵다.


간혹 ‘츄정’이라고 하여 씹어 먹는 약이 있다. 멀미약에서 쉽게 보는 형태인데, 씹어 먹는 약은 물 없이 씹어먹기만 해도 흡수가 되는 형태다. 어린이용 약 중에 이런 형태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필름 형태의 약 역시 물 없이 혀 위에 올려놓으면 사르르 녹는데, 응급 투여를 해야 하는 약들이 간혹 이렇게 나온다. 철분제는 아예 물이 아닌 오렌지 주스와 마시라고 한다. 이는 철분제가 잘 흡수 되지 않는데, 비타민C랑 같이 복용하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약 먹을 때 쉽게 접하는 물의 양은 너무 부족해도 과해도 문제가 된다. 건강해지기 위해 먹는 약인데 물의 양을 잘못 맞춰서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적당한 수준에서 마시는 물은 약을 먹을 때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윤수진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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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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