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 신동길 기자
  • 승인 2021.11.09 14:34
  • 호수 148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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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추억의 놀이

OTT(Over The TOP)의 시대, 기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은 드라마나 영화로 지친 하루를 마무리한다. 늦은 저녁 침대에 누워 뭘 봐야 하나 고민하던 기자에게 <오징어 게임>이라는 드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흥행 기사를 자주 접해 보지 않았어도 내용을 알 정도였지만, <오징어 게임>의 첫 화를 보고난 뒤 내용이 너무 궁금해 앉은 자리에서 결말까지 모두 지켜봤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이라는 친숙한 장르 안에 우리에게 익숙한 추억의 게임들을 넣으며 그 신선함으로 기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고 있는 지금, 기자는 그 열풍 속에서 추억의 놀이에 대한 향수에 빠졌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러 추억의 놀이를 체험하고 싶었던 기자는 먼저 7080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양평의 레트로 체험관으로 향했다. 체험관에 입장하자마자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옛날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친구와 손에 불량식품을 하나씩 들고서 한 바퀴 둘러보니, 마치 <오징어 게임> 속 구슬치기 세트장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구슬이 없어 구슬치기는 못 했지만, 쪼그려 앉아 공기놀이를 하다 보니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 기자가 온 힘을 다해 딱지를 치고 있다
▲ 기자가 온 힘을 다해 딱지를 치고 있다


기자는 계속해서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딱지를 발견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배우 이정재와 공유가 10만 원을 걸고 딱지를 쳤던 것처럼, 기자도 친구와 점심값을 걸고 딱지를 치기로 했다. 신중하게 딱지를 쥐고 온 힘을 다해서 상대의 딱지를 넘겼다. 결과는 기자의 승리! 시원하게 넘어가는 딱지를 보니 시험 기간 쌓여갔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고서 기자는 달고나를 만든 장인을 찾아 혜화동 대학로로 향했다. 골목길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가게가 보였다. 기자가 다가가서 달고나를 주문하자 곧이어 무심하게 “뭐 찍어드릴까요?”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짧은 고민 후 기자는 우산 모양을 선택했다. 설탕을 국자에 한 스푼 넣고 빠르게 녹이다가 소다를 한 꼬집 넣으니 마법처럼 확 부풀어 올랐다. 황금빛으로 잘 만들어진 달고나를 쟁반에 붓고 우산 모양 틀로 찍으니 <오징어 게임>에서 본 우산 달고나 그 자체였다.

 

▲ 장인의 거침없는 손길을 거쳐 달고나가 만들어진다.
▲ 장인의 거침없는 손길을 거쳐 달고나가 만들어진다.


기자는 달고나를 들고 근처 탁자로 향했다. 조심스레 달고나를 올려놓고 바늘로 톡톡 치며 조금씩 깨려고 했지만, 한번 건들자마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달고나가 깨져버렸다. 괜한 오기가 생겨 곧장 하나를 더 주문했다. 바늘로 찌르는 정공법이 실패했으니, 이번에는 배우 이정재의 방식처럼 달고나를 핥아야겠다고 다짐하고는 다시 한번 뽑기에 도전했다. 달고나를 핥으니 까슬까슬한 촉감과 달콤한 맛이 혀에 그대로 전달됐다. 마음속으로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거짓말처럼 달고나가 모양대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우산의 곡선 그대로 달고나가 분리되는 걸 보면서 부끄러움도 잊은 채 달고나를 계속 핥았다. 결국 우산의 손잡이가 부러지면서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부러진 달고나를 입에 넣으며 기분 좋게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 처참하게 쪼개진 달고나가 놓여있다.
▲ 처참하게 쪼개진 달고나가 놓여있다.

 

마지막으로 영희 조형물이 설치된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영희 조형물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한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곳에 가보니 영희의 노란 옷이 눈에 확 띄었다. 드라마에서 나온 만큼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멀리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잔잔히 들리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소리와 함께 <오징어 게임> BGM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금세 압도됐다. 거대한 영희 뒤로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모습을 보며 진짜 드라마 속으로 들어와 있는 느낌도 들었다.

 

▲ 거대한 영희 조형물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거대한 영희 조형물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징어 게임> 속 추억의 놀이의 여운을 느끼고자 시작한 여정이었지만, 특색있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조금씩 체험하다 보니 더욱 <오징어 게임>에 빠져들어갔다. 기자는 왜 전 세계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지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많은 문화가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있는 시대에 <오징어 게임>은 독창적인 우리만의 문화를 내세웠기에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만의 특색있는 문화를 선보이며 세계 속 문화 강국으로서의 자리매김을 견고히 하길 바란다.

신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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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gshin227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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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리 2021-11-16 20:44:12
포켓몬딱지 개꿀잼이었는데 ㅋㅋ

오징징ㅂ 2021-11-09 18:11:01
오징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