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있어야만 빛이 존재하는가
어둠이 있어야만 빛이 존재하는가
  • 신동길 기자
  • 승인 2021.11.09 14:32
  • 호수 148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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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는 법이다. 기자는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어둠 없이 빛만 존재하는 세상이 찾아올 수도 있지 않은가. 기자는 빛과 어둠은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제발 틀리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보내왔다.


이런 바람에도 어둠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기자는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을 그저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라 간주하며 배척해오기까지 했다. 그런 기자는 본지 12면을 취재하면서 이른바 ‘어둠의 공간’에 처음 방문하게 됐다. 선배 기자와 함께 집창촌에 들어가기 위해 손에 휴대전화를 꽉 쥐고 한 걸음씩 발을 디뎌 나갔지만, 기자의 긴장이 무색하게도 수원역 ‘은하수 마을’의 집창촌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춰있는 듯 적막하고 황폐해진 거리와 가로등 불빛만이 기자를 반겨주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60년간 어둠으로 가득 찼던 거리에 빛을 비추기 위한 인부들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집창촌이 사라지고 있는 건 알았지만, 이전의 어두운 모습을 전혀 찾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은하수 마을의 어둠은 사라지고 밝은 빛이 비치는 거리가 생길 것만 같아 기자는 예상과 다른 상황에도 기분 좋게 발걸음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둠 없이도 빛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기자의 바람은 이어진 취재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집창촌은 사라졌지만, 어둠은 더 깊고 교묘하게 우리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노래연습장 안에는 불법 도우미들이 있고, 유사 성행위가 판치는 불법 마사지 업소는 당당하게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보며 ‘어떻게 해야 이들을 빛의 테두리 안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취재를 계속해 나가며 그 해답을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 있는 그들도 ‘언젠가 이 그림자를 벗어나겠지’라는 생각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낸다. 금전적 이유와 같은 여러 복잡한 상황에 묶여 어둠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을 만나며 어둠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 채로 그저 어둠만을 없애려고 한다면 그들은 오히려 더 깊고 강력한 그림자로 우리 곁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불법을 저지르는 이들을 옹호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우리 사회의 어둠을 걷어내기 위해 강력한 규제로 그들을 쫓아내려고만 하는 것이 아닌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들의 내면을 움직일 때, 어둠은 스스로 사라진다는 점을 알게 됐다. 기자부터 그들에게 깊이 있는 시선을 보낸다면 어둠 없이도 빛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기자의 오랜 바람은 언젠가 이뤄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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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gshin2271@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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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용 2021-11-10 22:22:35
어둠을 제거합시다

윤정 2021-11-10 00:10:05
좋은 내용의 기사네요!

조예인 2021-11-09 23:46:31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