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와 향수의 물결, 주크박스 뮤지컬이 몰고 온 인기
복고와 향수의 물결, 주크박스 뮤지컬이 몰고 온 인기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1.11.09 14:33
  • 호수 14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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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주크박스 뮤지컬
▲ 올해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온 <물랑 루즈>의 한 장면이다. (출처: CJ ENM)

토니상 수상식이 지난 9월 26일 열렸다. 코로나19로 2년여 만에 개최된 이번 행사에서 가장 시선을 끈 것은 단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예를 들자면 <물랑 루즈>가 그렇다. 자그마치 10관왕이 된 이 작품은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의 열연으로 유명했던 영화가 원작이지만, 뮤지컬에선 자그마치 70여 곡에 이르는 왕년의 히트곡들이 사용돼 주목받았다. 원작에서도 그랬지만 무대는 한술 더 떠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 등 1980~1990년대 히트곡들을 대거 차용해 시종일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기업인 CJ ENM이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내년 말 한국어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 <물랑 루즈>가 놓친 분야가 있다. 바로 여우주연상이다. 올해의 영광은 또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인 <티나!>의 주인공 에이드리언 워런에게 돌아갔다. 흑인 여가수 티나 터너의 삶과 음악들로 꾸민 무대다. 각본상과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재그드 리틀 필>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엘라니스 모리셋의 음악들로 꾸몄다. 가히 주크박스 뮤지컬 전성시대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왕년의 인기 대중음악을 틀어주는 음악상자처럼 무대가 흘러간 유명 노래들을 엮어 극을 꾸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전을 넣고 선곡을 하면 도우넛이라 불리는 싱글 음반을 틀어주는 주크박스는 그 자체로 이미 향수와 복고를 상징한다. 흘러간 히트곡들을 가져다 무대라는 공간에서 새롭게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마법 같은 재활용 공식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세계적 돌풍에는 <맘마미아!>가 시발점이 됐다. 서구 대중음악 역사상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 클리프 리챠드와 함께 많은 차트 정상 곡을 배출했던 (신화 같은 존재인 스웨덴 태생의 혼성그룹) 아바의 음악들로 꾸몄다. 영국의 여성 극작가인 캐더린 존슨이 아바의 노래들이 대부분 가족이나 우정, 사랑과 같은 일상사의 감성들로 이뤄져 있는 것에 착안해 40대의 미혼모가 20살 딸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일지 모를 세 남자와 마주친다는 해프닝으로 꾸몄다. 물론 아바의 음악을 추억하는 40대 관객이 그들의 이름조차 모를 10대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게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맘마미아!>는 촉발제 노릇을 했다. 요즘 글로벌 극장가에선 주크박스 뮤지컬이 폭발적인 팽창을 하고 있다. 퀸의 음악으로 꾸민 <위윌록유>, 포 시즌스의 <저지 보이스>, 캐롤 킹의 <뷰티풀-캐롤 킹 스토리>, 엘비스 프레슬리의 <올슉업>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바쁘다. 


K팝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BTS의 빌보드 석권이나 블랙 핑크의 엄청난 유튜브 조회 수가 화제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양한 부가가치를 더하는 파생 문화상품에 대한 고민은 아직 들리질 않는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관객은 기존의 공연애호가뿐 아니라 그 노래를 즐겼던 음악 소비자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한류 콘텐츠의 이유 있는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문화의 부가가치 극대화는 당면과제이자 이유 있는 기회임을 곱씹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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