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조수미 성악가
전 세계를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조수미 성악가
  • 정소연 기자
  • 승인 2021.11.09 14:35
  • 호수 14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수미(59) 성악가
 

 

 

Prologue
‘대한민국 소프라노 성악가’ 하면 대부분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30여 년 전, 동양인에게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척박한 땅과 같았던 오페라의 길을 걸어간 이가 있다. 완벽에 가까운 기술, 화려한 기교, 서정적인 음색으로 유명한 ‘신이 내린 목소리’, 소프라노 조수미(59) 씨를 만나 그의 전설적인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국내외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주로 유럽과 미국, 호주 등지에 클래식 공연 투어를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내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음악 교육에도 큰 관심이 있어 세계 여러 지역으로 공연하러 갈 때마다 그 지역의 음악 대학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음악 활동 외에도 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휠체어 그네를 제작해 각 지역사회에 기증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평화 예술인의 자격으로 세계 평화 유지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 정말 많은 공연을 해왔는데, 의미가 큰 작품이 있다면.
1990년 잘츠부르크 음악 페스티벌에서 ‘오스카’역으로 출연했던 <가면무도회>를 꼽고 싶다. 이 공연으로 나는 세계적인 성악가 반열에 올랐다.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옹과의 오디션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됐고 그 순간 동양의 작은 소프라노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의 가능성을 가진 가수로 등장한 것이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 장소나 나라가 있나.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영국 런던의 왕립오페라, 오스트리아 빈의 국립오페라,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다. 이곳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5개의 극장인데 모두 30세 이전에 데뷔한 극장들이라 기억에 남는다. 

 

▶ 오랜 시간 무대에서 노래했는데, 공연 전에는 여전히 떨리는지 궁금하다.
35년 이상 무대에서 노래했지만, 매번 무대에 설 때는 설렘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한다. 다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러한 두려움은 무대에 서는 순간 기쁨으로 바뀌는 것 같다. 

 

▶ 성악을 하면서 겪은 갈등이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
이탈리아 유학 시절, 핀란드 국제 음악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본선에 진출해 콩쿠르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환호와 기립 박수도 받고 우승을 예측하는 기사도 났다. 하지만 정작 우승자는 자국 소프라노였다. 이때 왜 음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한 달여간 노래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보내는 용기의 말을 듣고 불평등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이 경험이 경력상 첫 사건인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 콩쿠르 외에도 이탈리아가 압권 하는 오페라 시장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이 있었을 터.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나보다 실력이 없더라도 자국민 또는 유럽인들이 우선 선발되는 것 같은 불평등을 생활 속에서 늘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 나는 반드시 실력으로 이길 테다” 하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노력했다. 

 

▶ 로마에서 생활했던 1980년대에 한국인으로서 생활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처음에는 최대한 절약하고자 음식을 잘 먹지 않고 소홀히 했더니 큰 병이 났다. 다행히 머물던 하숙집 아주머니께서 보살펴 주셨고 그 이후로는 절대 끼니를 거르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 습관을 들였다. 
 

▶ 유학 당시 겪은 학업적 어려움은 없었나.
발성할 때 입 모양이 삐뚤어져 예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고치기 위해 한 달간 매일 연습해 입 모양을 반듯하게 하고 노래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깨닫고 고치며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이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는 지름길이 됐다.

 

▶ 성악을 하는 데 영향을 준 본인만의 성격이나 습관이 있는가.
완벽주의적 성격이 있다. 유학 가서 보니 그곳에는 높은 벽이 있었고 이는 도전의 대상이 됐다. 그 때문에 완벽해야 한다는 도전 의식이 솟구쳤던 것 같다.

 

▶ 피아노 실력도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피아노를 전공으로 하고 싶진 않았나.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했지만, 노래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또 한창 다양한 악기와 노래를 함께 배워나갈 때 ‘KBS’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성악을 택한 계기가 된 것 같다.

 

▶ 킥복싱이나 역도 같은 운동을 즐겨한다고 들었다. 운동을 즐기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성악가는 120분 정도 무대에서 끊임없이 노래하고 움직인다. 이는 축구 선수가 90분 전후반 경기를 뛰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볼 수 있기에 운동이 필수적이다. 

 

▶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취소되는 일이 많았을 텐데 이 시기에는 무엇을 했나.
공연이 모두 취소되고 여행도 많지 않았다. 이 상황을 기회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지금처럼 활발하게 채널을 운영하기는 어렵겠지만, 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 여가가 생길 때는 무슨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주로 집에서 음식도 만들고, 책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다만 작은 일상을 지내면서도 이를 무대에 어떻게 적용할까 생각한다. 일종의 직업병인 것 같다.

 

▶ 앞으로 성악가로서, 혹은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난 35년간 무대에서 공연하고 30여 개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못 해 본 주제나 음악 형식이 많아 아직도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다. 최근에는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경험한 내용을 전달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한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두 글자는 무엇인가.
열정. 음악을 향한 여정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나하나 도전해 왔던 것과 같은 마음과 열정으로 아름다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주변 어른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기를 권한다. 100% 적합한 조언을 기대하지 말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잘 모아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 가길 바란다. 

 

Epilogue
기자는 그가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고 있음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의 작은 것 하나하나, 매일 조금씩 쌓아 올린 그의 노력과 도전은 어떤 칭호보다도 값지고 아름다워 보였다. 실패하면 어떠리. 실패를 발판삼아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아름다운 도전이 돼 있으리라. 

▲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한 조수미 씨가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출처: Eva Blue)
▲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한 조수미 씨가 관객의 환호를 받고 있다. (출처: Eva Blue)

 

 

정소연 기자
정소연 기자 다른기사 보기

 dksy1129@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