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자유로워야 한다, 어디까지?
언론은 자유로워야 한다, 어디까지?
  • 윤다운 기자
  • 승인 2021.11.09 12:59
  • 호수 14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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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허위·조작·부실 보도가 발생할 경우 가해 언론에 실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출처: 뉴스1

 

● [View 1] 언론 인권센터 이사장 A 씨 
나는 언론 인권센터를 운영하며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로 부당하게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그와 관련해 직간접적인 공격을 받은 사람들을 돕고 있다. 실제로 민간잠수부 B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 작업이 부진함을 밝혔다가 언론사에 의해 개인정보 유출 및 허위 사실 유포 피해를 경험했다. 이렇듯 언론의 악의적인 기술로 인권 침해를 받았으나 스스로 제소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우리 센터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도움만으로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지난 6월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서 한국인의 뉴스 신뢰도는 32%로, 조사 대상 46개국 중 하위권인 38위를 기록했다. 32%라는 결과는 우리나라 국민이 대부분의 뉴스를 허위 사실이라고 여긴다는 것을 방증함과 동시에 신뢰감 있는 언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국경없는기자회에서 지난 4월 발표한「2021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 따르면 한국 언론의 자유 수준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언론의 자유는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자유를 빌미로 사실 확인을 게을리해 허위 사실을 보도해선 안 된다.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법적제재를 시행해 언론 자유의 보장 못지않게 언론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 [View 2] 법률 전문기자 C 씨
자유 민주주의의 최소 국가 이념은 개인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권력 행사를 지양하는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러한 이념과 반대로 기자 개인과 언론사에 필요 이상의 권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앨턴 텔레그래프』일간지는 해당 법제의 적용으로 920만 달러(한화 약 111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 파산했다. 당시 취재진은 취재를 부실하게 했을 뿐 조작 보도와 같은 비윤리적 행위는 하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피고의 동기에 대한 참작 기준이 모호해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이중 처벌이 가능해지는 것도 문제다. 선제적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언론 보도에 의한 인권 침해를 규제하는 법률이 징벌적 손해배상제 하나뿐이지만 한국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명목으로 이중 처벌받을 수 있다. 이는 절도, 마약과 같은 타 중범죄에 비해서도 과도한 처벌에 해당한다.


또한 원고가 역으로 법제를 악용해 언론을 공격할 우려도 있다. 언론은 허위·조작 보도를 경계해야 하지만 동시에 숨겨진 의혹을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그때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권력 집단의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서 비판과 의혹 제기를 막기 위해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취재 활동을 방해하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을 가능케 할 것이다. 
 
● Report
언론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장려하고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피해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 개혁은 필수적인 과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본래 목적인 ‘언론 신뢰도 회복’을 향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가의 과도한 법률적 제재로 인한 언론 위축, 이중 처벌과 전략적 봉쇄 소송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과 언론기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법안이 초래할 피해와 효과를 예측하고 법안 적용 기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판단 정의와 같은 세부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 현대의 언론은 단순한 정보전달의 매개체에서 벗어나 여론을 반영하고 조성하는 책임과 권한이 부여돼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매체의 다양화로 언론의 영향력이 막대해진 만큼 사법부와 입법부는 시민의 알 권리 충족과 표현의 자유, 언론기관의 책임 의식 강화가 균형을 이룰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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