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가을의 분위기
⑮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 가을의 분위기
  • 음악칼럼니스트 천미르
  • 승인 2021.11.09 14:00
  • 호수 14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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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쌀쌀해진 날씨와 바닥에 서서히 쌓여가는 낙엽들로 특유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을. 저에게 가을이란 잔잔하면서도 너무 우울하지는 않은, 그렇다고 행복 가득한 것과는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약간의 재지함을 담은 선율, 그리고 공기를 머금은 보컬이 어울리는 그런 계절이죠. 오늘은 저의 플레이리스트 속 가을의 느낌을 담은 곡들을 한 번 털어볼게요. 이 곡들과 함께라면 감성 가득한 가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

 

Treat Her Better - CODE KUNST (feat. Niia)


인트로에서 말했던 재지한 감성이 가득한 첫 번째 추천곡이다. 공허한 듯 연주되는 드럼셋의 사운드가 특히나 인상적으로, 쌀쌀한 가을의 거리를 걸어가는 한 사람의 쓸쓸한 모습이 떠오르는 곡이다. 남몰래 마음에 두고 있는 가까운 친구의 연애를 바라만 보고 있는 한 여성의 씁쓸한 미소를 담은 듯한 가사도 곡의 이런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인트로와 아웃트로, 그리고 간주에서의 잔잔함이 공허한 감정선을 건드리며 벌스에 들어가면서 마치 발걸음이 닿는 거리거리마다 약간은 우울함이 묻어나듯이 베이스가 깔린다. 가로등 아래로 나뭇잎들이 떨어지는 조용한 거리, 감성에 빠져들어 듣기에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This City - Sam Fischer


대학생이 돼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타지 생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 와서 친구들과 선후배를 만나 즐겁게 지내고 있지만, 문득 외딴섬에 혼자 떨어진 듯한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거리를 바라보면 즐거운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자신은 이곳에서 소외된 듯한 기분이 들 때 위로가 돼줄 두 번째 추천곡이다.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연주되는 기타의 사운드가 가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2절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핑거 스냅 같은 사운드도 타지의 도시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고, 훅에서 기타의 사운드와 겹치게 연주되는 건반악기의 사운드는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하다.

 

Time Traveling - Sarah Kang & Anthony Lazaro


쌀쌀한 가을,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잔에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 세 번째 추천곡이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의 사운드로 시작해 베이스와 건반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소소하지만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2절과 함께 남성 보컬이 시작되면서 1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따뜻한 감성이 음악을 채워준다. 특히 2절의 훅과 함께 나오는 피아노 솔로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곡에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을과 함께 사랑을 시작한 커플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곡이다.

 

Popo (How deep is our love?) - 백예린


곡 전반에 걸쳐 들릴 듯 말 듯 여리게 연주되는 오르간 사운드가 분위기를 잡아주며, 브라스 악기들이 기분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백예린의 곡 중 가장 사랑하는 곡으로, 브라스 밴드의 사운드와 함께 인상적인 베이스 워크가 곁들여지면서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는 아웃트로는 정말 매력적이다.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확인해가는 단계의 한 쌍의 연인이 가을바람을 통해 상대방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나란히 걸어가는 상황 속 묘한 감정과 함께 서로의 손이 닿을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마음을 주고 싶은 그 사람과 이어폰 한쪽씩 나눠 이 노래를 들으며 가을의 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잎이 떨어지는 그 거리가 황홀해지는 마법이 일어날 것이다.

 

Yellow - Coldplay


노란색으로 물든 나무들, 노란색으로 하늘을 비추는 석양, 그리고 그 석양을 담은 강물. 무엇인가에 푹 빠져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노란색으로 가득한 가을을 맞이했을 누군가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다독여주는 듯한 곡이다. 무엇인가 애절한 감정을 담아내는 크리스 마틴의 보컬과 시끄러운 느낌 전혀 없이 귓가에 맴도는 기타의 리프, 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잔잔히 연주되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까지. 약간 쌀쌀하다고 생각되는 날, 저물어가는 저녁의 햇살이 느지막이 들어와 그 순간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그런 찰나가 떠오른다. 가을날의 해 질 녘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이 곡과 함께 가을의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진정으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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