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극복의 올바른 논리
환란 극복의 올바른 논리
  • 장두식(자유교양대학) 교수
  • 승인 2021.11.23 16:33
  • 호수 14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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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식(자유교양대학) 교수
장두식(자유교양대학) 교수

조선 중기 문신 노수신 선생은 『소재집』에서 “옛사람들은 환란에 처하면 학문이 더욱 진보하고 지혜가 더욱 밝아졌다고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환란에 처하면 그와 반대가 된다”며 게으른 후학들을 비판했다. 소재 선생은 윤원형의 소윤 세력이 일으킨 을사사화와 정미사화에 연루돼 오랜 유배 생활을 겪었고 정여립 사건 때문에 탄핵을 받는 고난의 삶을 살았던 양명학의 대가이다. 그는 유배지에서도 여러 학자와 교류하고 경전 주해에 힘쓰며 학문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복권된 후 그는 대제학, 우의정을 거쳐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영의정이 됐으니 위의 글이 바위처럼 무겁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인류 전체가 겪고 있는 재앙이다. 마스크와 방역 통제가 일상화됐고,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희생되고 있다. 대학교도 대면 강의가 중지됐고 아직도 전체적으로 원격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토론회와 세미나 같은 학술 활동 또한 줌을 통한 화상으로 진행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백신 접종과 숨 막히는 방역으로 코로나19의 기세가 어느 정도 약화되는 것 같다. 정부도 방역을 위드코로나 대책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하고 있다. 아직 하루 확진자 수가 3천 명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환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이제 포스트코로나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학들도 다음 학기부터는 전면적으로 대면 강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재 선생의 글을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이러한 해빙 분위기 때문이었다. 작년과 올해 나는 과연 무엇을 했던가? 나는 소재 선생이 지적한 ‘요즘 사람’이 아닌가? 코로나19를 핑계로 얼마나 게으른 생활을 했던가! 작년과 올해를 반성하며 살펴보니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팬데믹 아노미니, 특수상황이니 하면서 풀어졌던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사람들은 시련을 겪으면 더욱 강해진다고 하는데 모든 사람이 다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련을 극복한 사람만이 강해진다. 그런데 스스로 강해져야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 소재 선생이 말한 옛사람들은 바로 스스로 강해진 사람들이다. 계획했지만 팬데믹 상황 때문에 미뤄뒀던 일들을 오늘 바로 시작해야겠다.


먼저 헝가리 국민 시인 페퇴피 산도르가 떠올랐다. 헝가리 파견 교수로 가 있을 때 페퇴피 산도르의 행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귀국해서 그의 시 번역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팬데믹 상황이 벌어졌다. 때문에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고 화상 강의를 익히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새 환경에 적응하고 여유시간이 생겼는데도 번역작업을 계속 진행하지 못했다. 내가 소재 선생이 비판한 ‘요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년이 페퇴피 산도르 시인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주부터 번역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환란에도 학문에 정진했던 옛사람을 빨리 따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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