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니, 댄스 뮤지컬의 극적인 무대
들어는 봤니, 댄스 뮤지컬의 극적인 무대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1.11.23 16:24
  • 호수 14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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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댄스 뮤지컬
▲ 거리에 걸린 뮤지컬 <콘택트> 포스터다.

 

뮤지컬 하면 거의 기계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말이 있다. 바로 ‘춤’과 ‘노래’ 그리고 ‘연기’다. 언론지상의 관련 기사나 리뷰를 봐도 마찬가지다. 뮤지컬인데 춤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거나 반대로 너무 춤만 나와 뮤지컬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요즘 세계적인 흥행 뮤지컬 중에서는 이런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트려 버리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춤’으로만 극적 전개를 이루는 ‘댄스 뮤지컬’들이다. 분명 제목에는 뮤지컬이라 기재돼 있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거나 심지어 아예 노래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도 많다. 얼핏 생각하면 애당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사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실험과 도전, 일탈과 파격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현대 예술의 공식은 무대라 해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의 질서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 사고방식의 무대적 적용인 셈이다.

 

대표 주자로는 영국 태생의 안무가 겸 연출가인 매튜 본이 있다. 국내에서는 남자 백조를 등장 시켜 인기를 모았던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나 고전을 해체해 재구성했던 <호두까기 인형!>, 영화가 원작이었던 <가위손 에드워드> 등의 내한 공연을 통해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아티스트다. 특히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영국산 성장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성인이 된 발레리노 빌리가 도약하는 장면으로 나와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작품이다. 덕분에 영화가 뮤지컬로 변신하는 무비컬 버전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던 당시 이 장면이 어떻게 무대에서 재연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국내에서의 인기로 `LG'의 대형 TV 광고 이미지로도 활용됐었다.

 

요즘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출자이자 안무가 수잔 스트로만의 <콘택트>도 전형적인 댄스 뮤지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작품의 구조는 기존의 뮤지컬들처럼 한 두 개의 막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세 개의 이야기들이 개별적으로 각각 꾸며진 에피소딕 구조를 띠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물론 모두 춤으로만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순간 무릎을 치게 하는 극적 반전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뉴욕 링컨센터에서 처음 막을 올렸던 <콘택트>는 1천174회의 연속 공연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 공연장에 막을 올린 그 어떤 작품보다도 긴 공연기록이다. 물론 과감한 형식 파괴가 대중적인 호응과 맞물려 이뤄낸 개가다. 일각에서는 노래 대신 춤으로만 진행되는 형식이 뮤지컬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격렬한 논쟁도 일었지만, 결국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거머쥐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콘택트>의 성공은 뮤지컬의 형식에 대한 이제까지의 고정관념을 일거에 날려버린 대표적인 ‘사건’으로 남게 됐다.

 

문화산업에서는 새로운 형식미가 흥행 요인이 되는 경우를 흔히 만날 수 있다. 경직된 사고와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에서도 만나보고 싶은 도전이자 실험이기도 하다. 댄스 뮤지컬의 세계적인 유행이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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