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 이소영
  • 승인 2021.11.23 16:30
  • 호수 14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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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김장 문화

추워진 날씨, 겨울을 코끝으로 느끼고 있다. 기온이 빠르게 내려감에 따라 예년보다 빨리 김장을 하는 집들이 보인다. 월동 준비에 필수인 김장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김치를 만드는 과정이다. 마침 바로 어제가 김치의 날이었다.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 기자는 입동이 지난 지금 김장 적기를 맞아 김장 문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싶어졌다.

 

김장은 2013년에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고 가치 있는 문화다. 김장을 짧게 설명한다면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일 것이다. 김장을 하고 나누는 문화는 삼국시대,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은 고려 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기자는 오랜 시간 이어진 김장 나눔을 몸소 느껴 보기 위해 친환경 나눔 텃밭에서 개최된 ‘사랑 나눔 김장 행사’에 참여하고자 쌍문동으로 향했다.

 

기자가 도착하니 벌써 많은 봉사자들이 준비를 끝마친 상태로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선물하는 김치이지만, 내 김치처럼! 사랑의 조미료가 들어간 김치를 나눕시다”라며 우렁차고 유쾌한 인사말로 김장 나눔 행사가 시작됐다. 기자는 이 말을 듣자 어릴 적 온 마을 어른들이 다 같이 모여 이집 저집 김장 품앗이를 하던 장면이 생각났다. 농촌 마을에만 있을 줄 알았던 나눔의 정이 도시 곳곳에도 아직 남아 있는 모습은 신기하고도 따뜻했다.

 

▲ 봉사자들이 즐겁게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 봉사자들이 즐겁게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기자는 비닐하우스 안을 여기저기 다니며 재료를 옮기는 일을 주로 도왔다. 양념이 옷에 묻기도 했지만, 직접 돕는 김장 김치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진다는 생각에 그저 뿌듯했다. 무채, 양념, 절인 배추 순서로 비닐이 씌워진 책상에 옮기면 다른 봉사자는 온 몸이 빨개지도록 양념을 버무리고 김치를 담갔다. 배추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힘들기도 했지만, 나눔의 힘인지 기자와 모두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함께 했기에 기자는 옷에 젓갈 냄새가 배고 온통 더러워졌어도 즐거웠다. 완성된 김치는 각 동 주민센터에서 추천받은 지역 취약계층에 전달됐다고 하니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 갓 담은 김치 열 반찬 안 부럽다.
▲ 갓 담은 김치 열 반찬 안 부럽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쌍문동 나눔 현장에서 받은 열기를 곳곳에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김장 키트를 주문했다. 나만의 김치를 담가 이웃에게 나누기 위해서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김장 키트가 도착하고 기자는 곧장 포장을 뜯었다. 절인 총각무와 배추, 그리고 양념이 야무지게 들어 있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재료들을 버무리니 제법 김치의 태가 났다. 그렇게 탄생한 총각김치와 배추김치의 자태를 보고 있자니 갓 지은 밥을 절로 풀 수밖에 없었다. 수육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 이웃에게 나눌 총각김치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 이웃에게 나눌 총각김치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갓 담근 김치에 밥을 한 그릇 뚝딱하고 총각김치는 먹음직스럽게 통에 따로 담아 이웃에게 나눌 준비를 했다. 혹시 방문한 집에 아무도 없을까 쪽지도 남겼다. 바로 옆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동안 기자는 혹시 사람들이 다른 집 음식을 꺼리진 않을까 긴장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폰에서 이웃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치를 나누려 왔다는 용건을 꺼냈고 이웃은 난처한 목소리로 지금은 나갈 수 없다고 답했다. 어쩔 수 없이 돌아서려는 찰나, 다시 인터폰이 켜졌다. “문고리에 걸어 두고 가세요. 잘 먹을게요. 정말 고마워요”라는 인사에 기자는 되레 고맙다는 말과 함께 준비한 쇼핑백을 문에 걸어 두고 왔다. 김치와 함께 나눔의 온기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 총각김치가 담긴 가방과 이웃에게 남긴 따뜻한 쪽지다.
▲ 총각김치가 담긴 가방과 이웃에게 남긴 따뜻한 쪽지다.

 

김치의 날을 맞아 작게나마 공동체의 결속력을 엿보았던 김장 나눔. 그곳에서 기자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사유할 수 있었다. 뚝 떨어진 기온이 예측된다는 기상예보에도 기자는 당분간 따스할 것만 같다.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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