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있는 뮤지컬, 화려한 캐스팅의 이면
스타 있는 뮤지컬, 화려한 캐스팅의 이면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2.01.04 15:45
  • 호수 14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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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스타 마케팅의 허와 실
▲ 단일 캐스트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이다. (출처: The Temptations)

 

인기 뮤지컬에는 익숙한 이름의 연예인 한 둘쯤 등장하는 것이 기본으로 여겨지는 요즘이다. 두 명이 한 배역으로 나오는 더블이나 세 명의 트리플, 심지어 네 명이 함께 캐스팅되는 쿼드러블 등 주인공이 여럿 등장하는 상업적 프로덕션의 증가로 스타들의 무대 진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혼자 무대에 서긴 부담스럽고 시간도 허락되지 않으니 구색 맞추기와 관심 끌기의 일환으로 연예인을 슬쩍 끼워 파는 ‘보너스’와 ‘덤’의 장삿속이다.


제일 인기를 끄는 직군은 아무래도 아이돌 가수다. 뮤지컬이니 일단 가창력이 전제돼야 하고, 라이브 무대도 익숙하면 그만큼 유리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탤런트나 영화배우의 무대 나들이도 빠르게 느는 추세다. 일단 ‘노래 좀 할 줄 알면’ 섭외 1순위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성공 사례로는 걸그룹 핑클 멤버였던 옥주현이나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있다. 박효신도 쉽게 매진사례를 불러오는 인기 뮤지컬 배우다. 최근 앙코르 무대의 막을 올린 뮤지컬 <잭 더 리퍼>에는 FT아일랜드의 이홍기, 인피니트의 남우현, 아스트로의 MJ, SF9의 인성이 가세했고, 뮤지컬 <시카고>에는 아이비가, <젠틀맨스 가이드>에는 유연석이, <프랑켄슈타인>에는 슈퍼주니어의 규현, 빅스의 레오, 마틸다 출신의 해나가 등장한다. 요즘 같아서는 ‘스타 없는 뮤지컬’이 오히려 기사화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든다.

 

사실 무대가 환상을 주고 재미를 선사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기 힘들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을 단순히 ‘호객 행위’로만 인식한다면 절반 짜리 흥행 공식에 불과하다. 글로벌 공연계에서는 스타라 해도 작품에 참여하면 대부분 공연하는 동안 일체 다른 연예 활동 없이 온전히 무대에만 집중하거니와,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트는 아예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스타가 공연을 통해 얻는 돈벌이는 다른 매체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지만, 관객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무대의 순수함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생긴 경향이다. 너무 영악하게만 행동하기보다 원칙과 의미를 되새기며 정도를 걷는 것이 오히려 지름길이라는 것은 어디서나 통용되는 ‘불변의 법칙’이다.

 

결국 관건은 스타의 등장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다. 단순히 마케팅 차원으로 나들이 수준에 머문다면 사실 득보다 실이 크다. 단기적인 ‘흥행’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작품이나 스타 본인에게 모두 ‘독’이 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두 차례 스치듯 등장하는 경우는 특히 최악의 선택이다. ‘재생’의 예술인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무대는 ‘재연’의 장르이며 따라서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데, 안정적이지 못한 공연 스케줄은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에 악영향을 미치기 쉽기 때문이다. 기왕 무대에 서기로 작심했다면 돈벌이는 잠시 미뤄두고 무대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무대 위의 스타가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됨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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