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무한한 가능성 사이에 있기에” - 김가람 PD
“우리는 모두 무한한 가능성 사이에 있기에” - 김가람 PD
  • 박아영 기자
  • 승인 2022.01.04 15:46
  • 호수 14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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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35) PD

 

Prologue
“기획, 원고작성, 촬영, 영상 편집까지 제가 다 해요.”


스태프, 작가 없이 오직 피디 한 명이 모든 제작 과정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믿겠는가. 바로 여행 프로그램의 시조새, <걸어서 세계속으로> 얘기다. 김가람 피디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걸세 피디’로 활동했고, 지금은 <환경스페셜-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을 맡고 있다. 2년간 그는 1인 여행자의 여행기를 담백하게 풀어내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는 작년 10월 여의도 ‘KBS’ 근처 카페에서 김 피디를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2011년 KBS에 입사했고, 지금은 <환경스페셜-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을 제작하고 있는 김가람 피디다.

 

▶ 10년 넘게 한 번도 쉬지 않고 <6시 내고향>, <TV유치원>, <생로병사의 비밀> 등 시사교양 분야의 프로그램 제작을 맡았다. 힘들지는 않았는지.
나처럼 한 번도 쉬지 않고 오래 활동하는 건 회사에서도 특이한 편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미리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진짜 싫어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 빨리 성공하더라.

 

▶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아르헨티나, 인도, 남아공, 루마니아, 브라질 그리고 발트 3국을 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라가 아닌데.
오히려 남들이 아는 곳을 가는 게 더 힘들다. 그 나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으니까. 그래서 프로그램을 매주 보는 사람들이 봐도 ‘신기하네!’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간 여행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은 곳을 찾는 데 몰두했다. 그러기 위해 출국 전 여러 곳을 알아보는데, 안내 책자가 아닌 구글 지도를 활용했다. 지도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나라나 도시를 선택하고 그중 들어보지 못한 곳이나 괜찮은 이미지가 있으면 더 알아봤다.

 

▶ 여행 프로그램 기획 및 촬영 시 두려움은 없었는가.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분량을 혼자 다 뽑아야 하니 불안과 부담감 당연히 있었다. 일정이 안 풀려 밤을 새우기도 했고, 기대가 어긋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자 부담감을 많이 비우게 됐다. 어느날 오전에 지나가다 만난 사람과 친해져 그의 집에 가 한 장면이 나오기도 하니까. 대신 계획을 많이 짜게 됐다. 항상 자기 전에 계획을 150% 정도 짜두고 촬영 당일 ‘내 뜻과 안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 또다시 가보고 싶은 곳, 애정이 있는 장소가 있다면.
브라질이다. 그 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사람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일이 아닌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그들은 ‘오늘은 무슨 컷을 찍어야 하니’가 아니라 ‘오늘 뭐 먹을래?’, ‘커피 마실래?’라고 물어본다. 장소도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브라질 렌소이스 마라넨지스 사막을 추천한다. 태어난 이래 가장 눈부셨다.

 

▶ 여행을 떠난 나라의 언어를 어느 정도 숙달하는가. 본인만의 언어 습득 비결이 있다면.
나도 그 나라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진 못한다. 보통 촬영하러 가면 통역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다. 아르헨티나에 가기 전 배운 스페인어는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예약 메일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다. 언어를 쉽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손짓, 발짓으로도 통하니까. 언어는 그냥 도구다. 취미로 치는 기타처럼 잘 칠 필요는 없다.

 

▶ 대학 시절 인턴으로 간 싱가포르 생활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어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고 들었는데 용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한창 진로 고민을 했을 때라 한국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그러던 중 미디어 회사에서 해외 인턴 모집 글을 보게 됐고, 20개가 넘는 예상 질문을 종이로 뽑아 침대에 펼쳐 연습한 후 전화 면접을 봤다. 합격하고 회사에 갔지만 부족한 언어 실력으로 초반엔 회사 사람들과 대화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래서 더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때의 경험이 걸세 피디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요즘은 TV보다도 유튜브를 통해 여행 관련 영상(브이로그)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저 강한 트렌드이자 흐름으로, 옳다-아니다로 나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각자의 매체 콘텐츠를 찾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 브이로그는 조회 수 중심이면, 우리는 ‘기록’을 위해서 촬영하는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우리 프로그램은 기록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대학생 때 여행해보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데, 대학생 시절이 가장 경험하기 좋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계획이 없을 때, 나를 부르는 곳이 없을 때 여행해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루틴을 깨봐라. 어디 가나 일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 홀로 여행을 꿈꾸지만 두려워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영화 고르듯이 쉽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처음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큰 타격 없는 곳이 좋다. 거창하게 말고 이번 주말은 외국에 갔다 오기 이렇게 말이다. 조금씩 맛보면 좋은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행 가기 전후로 검색을 많이 해보길 바란다. 그냥 스칠 곳도 자세히 볼 수 있고 어쩌다 감명받을 수도 있다. 

 

▶ 계속 일을 도전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창의적인 것을 떠올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알아가는 것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일한다. ‘부끄러운 작업이 없도록.’ 내 모토다. 촬영하면서 놀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모든 일에 항상 노력한다. 

▶ 나이가 든 후에도 계속 여행할 계획이 있는가.
머리가 굳어가는 게 싫어서 지금도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보수적으로 변하게 되더라. 안전한 삶을 살고 싶어졌지만 그럴수록 새로운 곳을 가려고 마음먹는다. 아랍권, 아프리카 쪽 같은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가보고 싶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은.
없다.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없는 게 좋다. 지금 직업을 좋아하는 것도 나를 계속 바꿔주기 때문이다. 물건에도 일에도 미련이 없다.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았기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른들이 멘토처럼 건네는 ‘누군 이렇게 했더라, 이렇게 해라’ 식의 답변은 우리 시대의 경험담일 뿐이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 조언에 너무 구속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준비가 안 돼도 벽에 부딪혀 보고, 자기 객관화하는 습관이 있더라. 그러니 하기 전에 지레 겁만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간절히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해본 후에 후회하지 않으면 그 길이 본인의 길인 것이고, 아니면 다른 길에 도전해보는 것이고.

 

Epilogue
김 피디는 주변에서 하도 언론고시가 어렵다고 해 대학교 3학년 때까지도 고시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원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실을 접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미디어 전공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항에서 그는 싱가포르 인턴 경험으로 인생의 전환을 맞이했다. 이렇듯 어이없게 일어난 일이 후에 자신의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해봐라”처럼, 완벽히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우리는 대학생이니까. 이만큼 도전에 자유로울 나이가 언제 있겠는가.

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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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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