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공원 두꺼비가 누릴 권리
람사르 습지 공원 두꺼비가 누릴 권리
  • 변영호 교감
  • 승인 2022.01.04 15:34
  • 호수 14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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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두꺼비
▲ 창원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두꺼비의 자태이다.

 

초록빛이 짙어졌던 2020년 5월. 2008년에 개최한 창원 람사르 총회를 기념해 만든 람사르 습지 공원 연못에서 두꺼비 올챙이가 대규모로 발견됐다. 올챙이의 규모로 봤을 때 최소 2~3쌍의 새끼로 보인다. 두꺼비 한 쌍이 낳은 알을 평균 7천 개로 잡으면 1만4천 마리에서 2만1천 마리의 올챙이가 탄생했다. 알을 낳은 주인공은 도시 개발 이전에 등명산 인근 산을 오르내리며 서식했던 두꺼비 무리다. 도시 개발로 고립된 지역에서 두꺼비가 람사르 공원과 창원천에 의지해 기적적으로 생존했고 알을 낳은 것이다.

 

창원 도심 속에 대규모의 두꺼비가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창원 지속 가능한 발전협의회는 ▲현장 모니터링 ▲보호 워크숍과 양서류를 구하는 ‘1004운동' ▲새끼 두꺼비 이동을 돕는 ‘임시 생태 사다리 만들어주기' ▲두꺼비가 살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 등 적극적인 보호 활동을 진행 중이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2008년에 생물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염원하고 논의하는 람사르 총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총회를 기념한 공원에 두꺼비가 알을 낳으며 우리에게 분명한 뜻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두꺼비는 연약한 존재지만 도심 공원 덕분에 살아남았다. 비록 두꺼비를 살게 했다 하더라도 도심 공원은 인간 이외의 생물을 위해 적극적으로 배려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도심 속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공원보다도 지구를 숨 쉬게 하는 숲이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160조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그중 4.8조 원이 투자될 예정인 그린 뉴딜의 핵심 가치는 다양한 생물과의 공존이다. 현재의 도심 공원만으로는 생물 다양성을 갖출 수 없기에 이를 보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 속 숲의 면적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2017년 말 기준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은 특별시와 광역시의 경우 평균 7.1㎡이다. 각각 27㎡, 23㎡의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을 갖춘 런던, 뉴욕 같은 선진국과 차이가 크다. 한 평의 녹지를 더 넓히고 보전하는 것. 이것이 기후 변화에 대항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그린 뉴딜이다.

 

우리 주변의 자연인 람사르 공원 두꺼비와의 공존이 미래 시대의 핵심적인 가치다. 환경권으로 인간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며 생태계와 자연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그동안의 인간이 편안하게 누려왔던 독점적 권리의 대가가 지금 눈앞에 닥쳐온 기후 위기다.

 

기후 위기 시대는 새로운 가치를 요구한다. 이제는 환경권을 넘어서 모든 생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연의 권리를 인간이 인정해야 한다. 인간도 지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구 생태 공동체의 존속에 기여하고, 모든 생물이 공존하며 거대한 지구 진화에 참여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람사르 공원의 두꺼비가 살아갈 권리와 미래 가치는 멀리 있지 않다.

변영호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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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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