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저주
올림픽의 저주
  • 정서현 기자
  • 승인 2022.03.15 14:35
  • 호수 14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도 한 달이 다 돼간다. 동북공정 문제부터 편파 판정, 빙질 관리 등 아쉬움이 많은 올림픽이었던 만큼 평창 동계올림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18년 올림픽 개최로 평창의 겨울은 열기가 가득했다. 올림픽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고 정부는 수십억대의 예산을 쏟아부어 경기장과 인프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폐막 이후 평창을 찾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때 그 시설들은 어떻게 됐을까. 기자는 그곳에서 적막을 느꼈다.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올림픽은 값비싼 행사다. 올림픽 유치부터 폐막까지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지출만큼 수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지역 경제가 침체된다는 것이다.

 

평창 역시 저주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방치되다시피 한 시설은 거의 버려졌다. 기자가 도착해서 본 평창은 올림픽 개최지보다는 그저 한적한 시골 풍경에 지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국기 광장은 쓸쓸해 보였다.


올림픽이 끝나면 국가는 유산을 남긴다. 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에는 "올림픽 대회가 개최 도시와 개최국에 긍정적인 유산을 남기도록 장려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스포츠, 사회, 도시, 환경, 경제 다섯 가지로 분류해 따져보자. 평창은 개최지로서 다섯 가지 분야에서 좋은 유산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은 적자를 남기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고속철도가 놓이고 진부역이 신설돼 교통이 발전한 것 같았지만, 취재하러 다니면서 교통이 가장 큰 불편이었다. 운영하는 버스는 적었고 배차 간격은 길었다. 경기장을 찾아가는 길마저 제대로 정비돼있지 않아 차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교통 상황이었다. 가리왕산 국유림 훼손과 복원 문제로 갈등이 오래된 경기장은 기자가 방문했을 때 철거도 존치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정부에서는 기존 시설들을 문화시설로 탈바꿈해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기자가 다녀온 평창과 강릉, 정선에는 올림픽을 기억하고 찾아온 관광객은 없었다. 기자가 기억하던 평창은 사람들의 함성과 열정으로 가득했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고 4년이 지난 지금 평창은 너무나 조용하고 추웠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구나’ 씁쓸하던 찰나 스케이트장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에 대한 갈피가 서서히 잡혀가고 있다. 알파인 경기장은 협의 끝에 곤돌라의 한시적 운행을 결정했다. 운영 결과가 좋다면 스키장도 개장할 수 있을 것이다. 평창에서는 곧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2024년)이 열릴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평창이 올림픽의 저주를 이겨내고 ‘올림픽 사후 활용을 잘한 케이스’로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 

정서현 기자
정서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jsh_312@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