⑱ 평화가 필요한 순간
⑱ 평화가 필요한 순간
  • 음악칼럼니스트 천미르
  • 승인 2022.03.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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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점점 늘어나고 있는 민간인 피해자들과 영문도 모른 채 징집돼 안타깝게 희생돼가는 군인들. 한 사람의 욕심과 이기심에 너무나도 큰 피해가 생겨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전쟁의 잔혹함을 경험하고, 지금도 그 영향을 받는 나라이기에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더욱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수많은 피해와 사상자를 낳는 전쟁에는 진정한 승자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한 순간이다.

 

Save You - Turin Brakes

전쟁으로 폐허가 돼버린 도시,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린 이들. 황폐해진 그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다친 마음이 치유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영국의 밴드 Turin Brakes의 곡이 오늘의 첫 번째 추천곡이다. 피아노 사운드와 보컬로만 이어지는 벌스 부분은 앞서 언급한 황폐해진 도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공허한 느낌이 들었던 1절에서 2절로 넘어가면서 시간이 다시 희망을 주는 것처럼 더 풍성한 사운드가 귀를 채워준다. 곡 후반부 현악기가 들어오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더욱 고조 시켜 주면서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 같다.

 

Unsteady - X Ambassadors

급작스러운 전쟁의 소식에 가까운 이들과 떨어져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서로에 대한 걱정과 혼자 남았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라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입대를 하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식량을 구하러 밖으로 나서는 가장, 고향에 남겨진 이들을 뒤로하고 피란길에 오르는 피란민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이런 간절한 마음을 잘 표현한 노래 ‘Unsteady'가 두 번째 추천곡이다. 공허하게 울려 퍼지는 드럼의 사운드와 강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불안감과 같은 가성으로 노래하는 훅 부분은 간절함까지 느끼게 한다. 곡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코드 연주로 진행되는 피아노 사운드 또한 그 간절함을 배가시킨다.

 

Is It Real? - Seatbelts

무너져버린 건물들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 머리 위로 가득한 먼지로 인해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 평화롭기만 하던 현실이 갑작스럽게 파괴된다면 과연 우리는 그 현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하기보다 어떻게든 지금의 상황에서 도망치려고 하지 않을까. 세 번째 추천곡은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삽입곡 멗s It Real?'이다. 마이너 코드로 연주되는 피아노 연주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 밑으로 들릴 듯 말 듯 깔리는 베이스 사운드는 고립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처지처럼 느껴진다. 곡 후반부를 채워주는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마치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한 보잘것없는 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

 

Papaoutai - Stromae

내전의 상황 속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티스트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곡의 분위기나 가사를 생각해본다면 아버지를 만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런 상황을 만든 신에게 설움과 분노를 쏟아내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를 찾는, 아티스트의 안타까운 가족사가 얽혀있는 ‘Papaoutai'가 오늘의 네 번째 추천곡이다. 빠른 템포로 연주되는 피아노 사운드와 강렬한 드럼 사운드, 억눌린 화가 담겨있는 듯한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훅에서 나도는 일렉트릭 사운드와 반복적인 리프의 일렉기타의 사운드는 분노가 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곡이 진행될수록 보컬의 감정이 격해지는 것도 감상 포인트.

 

Freedom - Anthony Hamilton, Elayna Boynton

마지막 추천곡은 컨트리 록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곡 ‘Freedom'이다. 영화 <장고>의 OST로 자유를 갈망하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자신의 나라를 지켜내겠다는 결사 항전의 군인들을 위한 노래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허스키함을 가진 여성 보컬과 날카로움을 담고 있는 남성 보컬 모두 곡의 분위기와 저마다의 스타일로 녹아들고 있다. 탬버린과 같은 타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특유의 비장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오프 튠으로 기타를 연주하며 거친 느낌까지 가미해준다. 다가오는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을 각오를 다지게 해 줄 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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