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정치적 카니발’을 주목하다
그의 ‘정치적 카니발’을 주목하다
  • 박아영 기자
  • 승인 2022.03.22 16:25
  • 호수 1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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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정치 – 다카다 히로유키 『히틀러 연설의 진실』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지금껏 히틀러를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로 
생각했다면 당신은 그에게 선동된 것이다"

 

저    자     다카다 히로유키
책 이름     히틀러 연설의 진실
출판사     바다출판사
출판일     2015. 08. 03.
페이지     p. 192

※ 퇴계기념중앙도서관 도서 보유
※ 율곡기념도서관 도서 미보유 

 

제2차 세계대전과 나치즘, 홀로코스트로 히틀러는 현재까지도 악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반면 정착된 이미지를 제거한다면 그는 짧은 기간 안에 나치당을 제1당으로 만든 정치가로서,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히틀러가 총통이라는 최고 지위에 오르기까지 그의 연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군중의 마음을 휘어잡았을까? 또한 그가 한 연설은 끝까지 독일 국민의 사기를 드높였을까? 기자의 물음에 이 책이 중요한 관점을 제시해준다. 


저자는 히틀러의 말에 초점을 둔다. 이 ‘말'에는 가령 민족이나 유대인, 전쟁과 같은 단어들, 그리고 그가 연설에 사용했던 몸짓도 포함된다. 저자는 25년간의 히틀러 연설 전문, 약 150만 개 단어 데이터를 분석해 대비법, 평행법, 메타포 등 수사법을 연구한다. 그리고 그가 자주 사용한 음조와 목소리, 속도를 조사하고 몸짓과 표정과 같은 언어적인 면을 분석해 정치적·역사적 상황에 대입한다. 

 

“아빠, 저 사람 뭐라고 하는 거예요?”
“모르겠어. 하지만 말을 잘하는 것 같네.” p.22

 

기자가 읽은 그의 연설 전문 속 주장들은 하나같이 근거가 얕고 부실한 궤변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상황을 이용해 국민이 갖고 있던 불만과 희망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 인기를 끌었고,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연설을 의무적으로 듣게 했다. 이 때문에 히틀러의 말과 행동은 설득이 아닌 선동이 됐다. 하지만 강제된 라디오 청취로 국민은 히틀러 연설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으며, 계속된 패전으로 의욕을 잃고 공식 석상을 기피하게 된 히틀러의 목소리는 설득력과 파급력을 잃어버렸다. 저자는 히틀러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상황에도 주목하며 연설의 역할이나 기능의 변모를 보여준다. 


그를 살펴보면 말은 때때로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직 말만으로 사회를 바꾸거나 역사를 움직일 수는 없지만, 이따금 말은 현실에 작은 균열을 내기도 한다. 말은 히틀러의 무기이자 우리 모두에게 있는 가능성이다. 역사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히틀러의 일대기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있었던 대선 후보자들의 선거 유세 현장을 되짚어 보자. 책의 지침대로 후보마다 반복되는 수사법, 언어 표현을 살펴본다면 말속에 숨은 진실과 숨겨놓은 거짓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우리에게 당부하는 말로 끝맺고자 한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정치가의 연설을 보고 들을 때는 부풀린 ‘빵의 꿈'에 놀아나서 열광하고 있지는 않은지, 역사에서 배우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겠다.”

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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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oung@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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